[뉴스핌=김범준 기자] 홈쇼핑업체를 압박해 총 4억8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13일 새벽 또 기각되자, 검찰의 혐의 입증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권순호 영장전담판사는 "피의자의 뇌물 관련 범행이 의심되기는 하나 이미 드러난 보좌관의 행위에 대한 피의자의 인식 정도나 범행관여 범위 등 피의자의 죄책에 관해 상당 부분 다툴 여지도 있어 보인다"며 "객관적 자료가 수집돼 있고 핵심 관련자들이 구속돼 있어 증거인멸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영장 기각 이유를 밝혔다.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지난달 24일 1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당시 범행관여 여부와 범위에 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기각된 사유와 다를 게 없다는 평이다.
검찰은 앞서 영장 재청구 때만 해도 보강 수사를 통해 새로운 혐의 발견 뿐만 아니라, 관련자들로부터 유리한 증언을 확보했다고 하는 등 구속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수년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이었던 전 전 수석이 사실상 지배했다고 알려진 한국e스포츠협회가 2013년 GS홈쇼핑으로부터 부당하게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새롭게 추가됐다.
이로써 전 전 수석의 뇌물수수 혐의액은 지난 2015년경 롯데홈쇼핑 재승인 여부를 두고 받은 3억3000만원 후원금과 더해 총 4억8000만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또 전 전 수석이 청와대에 재직 중이던 지난 7월 기획재정부 예산 담당자에게 e스포츠협회가 주관하는 PC방 지원 사업에 20억원의 신규 예산 배정을 강하게 요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도 새롭게 포착되기도 했다.
결국 검찰은 새 혐의를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전 수석의 개입 의혹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신업 변호사(전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구속영장 발부 판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범죄 소명여부"라며 "소명이 덜 되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영장이 기각되는데, 전 전 수석의 경우 역시 지시와 개입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슷한 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전 전 수석의 경우와 비슷하게 우 전 수석도 검찰이 수 많은 혐의를 적용해가며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직접 개입 여부를 입증하지 못하고 (영장이) 이미 두 차례나 기각됐다"면서 "검찰이 유독 권력의 실세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며 '부실수사' 논란만 불러 일으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두번의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검찰의 수사 부진 지적이 잇달을 것으로 보인다.
일몰 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김학선 기자 yooksa@ |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