贊, "현행 출생신고는 구시대적...의사의 출생 통보 필요"
反, "출산 두려운 미혼모는 병원 꺼릴 것...산모·영아 위험"
[뉴스핌=김범준 기자] A씨는 사업 차 만난 B씨와 통성명을 하고 으레 나이를 묻는다. B씨가 60년생이라고 하자, A씨는 "'출생신고'가 늦어 일년 늦게 학교를 다녔지만 사실 나도 60년 쥐띠요"라고 한다.
이처럼 실제 나이와 주민등록 상 나이가 다른 사례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큼 흔하다. 제 때 이뤄지지 않는 출생신고 때문이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 상 자녀를 낳은 부모는 1개월 이내에 직접 관청을 찾아가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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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직접 신고를 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동거하는 친족, 분만에 관여한 의사·조산사 등 순으로 신고를 할 수 있다.
이는 자녀의 출생 후 즉시 당국에 통보하도록 하는 주요 선진국들과 대비된다.
미국 뉴욕과 캘리포니아 주는 부모에 의한 출생신고는 없고 의료기관 등이 각 5일과 10일 이내 당국에 출생사실을 통보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경우 부모는 1개월 이내지만, 의료기관은 48시간 이내 신고를 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에는 고의 혹은 미필적 고의로 자녀의 출생신고를 미루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도 정부와 지자체에서 파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광주에서 10남매를 둔 40대 부부가 둘째부터 여덟째까지 자녀의 출생신고를 제때 하지 않거나 18년간 아예 안하고 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교육당국과 행정기관을 당혹하게 만든 사례가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출생신고 시 출생증명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지만, 담당공무원이 기재사항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거나 심사할 권한이 없다는 제도적 맹점을 악용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사망한 의사의 이름으로 출생증명서를 위조해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세 차례의 허위 출생신고를 한 뒤 직장에서 출산·육아휴직과 급여, 정부지원금 4000여만원을 부당하게 수령한 한 항공사 승무원의 사례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를 중심으로 각계에서 '출생통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높아지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 2일 분만에 관여한 의사 또는 조산사가 국가기관에 아동의 출생사실을 통보할 의무를 부여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것을 법무부장관과 대법원장에게 각각 권고한 바 있다.
출생사실에 관한 정보를 국가가 관리하게 되면, 출생신고가 누락·지연된 아동을 쉽게 파악하는 등 아동 인권 보호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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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회에서는 지난 제19대 국회에 이어 출생통보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가족관계등록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현행 출생신고제도는 병원 분만이 일반화 되기 이전 구(舊)호적시대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면서 "변화된 사회에 맞게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하며, 출산통보제 도입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출생통보제가 도입될 경우,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미혼모는 의료기관에서의 출산을 꺼리게 되면서 산모와 태아에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송 박사는 "병원출생 기피는 현재로서 전망하기 어렵다"면서도 "임신 및 출산과정에서 비혼모에 대한 상담·의료지원과, 출생아의 친부모를 알 권리 보장이라는 법익과 조화를 이루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