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양육비 지급 판결에도 받아내기 쉽지 않아
前배우자 재산조회하려면 상대방 동의있어야 가능
해외에선 양육비 미지급은 ‘범죄’ 여권무효 등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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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황유미 기자] 소송에서 이기면 내 인생이 그나마 원래대로 돌아갈 줄 알았다. 갈갈이 찢겨진 내 가슴과 상처는 봄눈 녹듯 사라질 것만 같았다. 갈라선 뒤, 떵떵거리며 살진 못해도 아이와 오순도순 살고 싶었다.
그럴러면 돈이 어느 정도 필요했다. 직장 다니면서 받는 월급과 법원이 판단한 월 양육비 120만원이면 족하다 싶었다. ‘그래도 아이 아빤데, 설마 양육비 안주겠어?’ 하지만 꿈이었다. 양육비 지급은 몇달 뿐이었다.
이혼법정에 이어 양육비 소송까지 치른 A(여·35)씨 이야기다.
“지난 3년간 아이를 위해 변론하는 꿈을 꿨습니다. 이 길만이 아이에게 최선이라 믿었습니다. 아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습니다.” 법정이 숙연해졌다.
“탕탕탕” 이혼 판결이 났다. 김씨는 이혼서류를 접수할 수 있었다. 양육비도 결정됐다. 어려웠던 3년간의 이혼과 양육비 소송 과정이었다.
그는 처음에 협의이혼을 생각했다. 상담을 받았다. 상담이 아닌 취조란 기분을 지울 수 없지만. 전 남편은 자녀양육권, 재산분할, 양육비, 위자료, 면접교섭권 등을 모두 A씨에게 맞추겠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 남편은 돌변했다. 협의는 없었다. 결국 A씨는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조정절차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재판 때마다 준비하고 출석하느라 직장생활하기도 힘들었다. 아이라고 편할 수 있을까. 티내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썼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이혼판결 후 발생했다. A씨 전 남편은 5개월만 양육비를 지급하고 더 이상 주지 않았다.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양육비를 달라는 A씨 말에 전 남편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전화도 받지 않았다.
A씨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찾았다. 복잡한 절차, 많은 비용, 비양육부모의 고의적 미지급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부모를 지원하기 위해 2015년 설립된 기관이다.
추심지원서비스를 신청했다. 담당자가 법원에 A씨 전 남편의 재산과 소득 조회를 신청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석달 걸렸다. 그나마 조회는 상대방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동의 없으면 불가능하다.
생활비가 바닥을 보이는 A씨 속은 타들어갔다. 조회 결과는 아는 것과 달랐다. 집이며 차며 재산 모두는 전 남편의 이름이 아니었다. 월급도 평소 아는 것과 달랐다. 이대로라면 양육비 받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추심지원부는 법원에 양육비 이행명령을 신청했다. 발부됐을 때 상대가 이행을 거부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감치(監置·유치장에 가두는 것)할 수 있다.
미국 등에선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출국금지나 운전면허 제한 등을 조치한다. 양육비 지급을 사회적 책무로 인식해 양육비 이행관련 기관에 강력한 권한을 주고 국세청과 연방수사국 등이 함께 양육비 이행에 나선다.
그 사이 A씨 전 남편은 출국했다. A씨와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전 남편이 입국하기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행관리원 측은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제도를 안내했다. 양육비를 받지 못해 자녀의 건강한 성장 환경이 우려될 때 1차적으로 월 20만원씩 6개월간 지원하는 제도다. A씨는 우선 지원금을 받기로 했다.
3개월 뒤, 추심지원부는 A씨 전 남편의 입국을 확인했다. 현장기동반이 전 남편의 거주지를 찾았다. 3개월 이상 양육비 지급이 밀렸기 때문에 감치재판 신청을 할 수도 있다고 알렸다.
A씨 전 남편은 “맘대로 하세요. 어차피 한달 살고 나오면 되는데 뭐.” 추심지원부는 이런 전 남편을 상대로 설득에 나섰다.
이혼 후 2년 10개월, 끝날 줄 알았던 전 남편과 관계. A씨는 지난했던 이혼소송에 이어 이번에는 아이의 양육비를 두고 전 남편과 험난한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5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혼 또는 미혼 상태의 한부모 중 최근 1년간 법적으로 결정된 자녀양육비 지급 채권이 없는 경우가 78%로 조사됐다. 양육비에 대한 합의 자체가 없었다는 의미로, 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양육비를 받기로 한 한부모 중 27%는 받지 못하고 있기도 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설립된 2년 동안 이런 한부모를 도와왔다.
지난해 12월까지 양육비 지급 미이행 9511건을 접수받아 1558건을 성사시켰다. 관리원이 제공하는 당사자간 협의 및 소송, 채권추심 등의 강제집행 과정을 모두 포함한 집계다. 4900여건은 현재 이행지원 중에 있다.
한계도 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에 소속된 변호사는 21명. 이 중에서도 실무에 투입되는 변호사는 15명에 불과하다. 1년 평균 약 3만건의 상담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이를 모두 소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법률구조공단 등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법조계는 재산을 은닉하는 등 양육비 지급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비양육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의 법조 전문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양육비 지급을 거부하다 감치명령이 들어가자 3일만에 양육비를 지급한 교수, 월급 300만원이 넘고 동생의 자동차 할부금도 내고 있는데도 자녀 양육비를 거절한 전 배우자도 있다.
노현선 양육비이행관리원 상담팀장은 “아무래도 15명의 변호사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양육비 이행은 종결되는 게 없다. 지금 주더라고 나중에 안 줄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가 19세 성인이 될 때까지 이행이 잘 되고 있는지 달마다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양육비이행관리원의 권한 부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노 팀장은 “미국 등에선 심하면 현상수배도 한다. 중범죄로 취급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이런 제재는 없다”고 했다.
이행명령 등의 집행을 하려면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비양육권자가 사라져 감치명령을 집행하려면 법원에 신청해 명령을 받아야 한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