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R&D 투자액 지난해보다 대폭 늘려
"고객사 요구 품질 확보 위해 선행 연구"
[뉴스핌=최유리 기자] 반도체용 웨이퍼 생산업체 SK실트론이 설비 개선과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SK실트론 <CI=SK실트론> |
21일 SK실트론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설비 투자에 1253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78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SK실트론은 올해 누적 설비 투자 규모를 1950억원으로 계획, 공정 생산성을 계속 끌어올릴 계획이다
설비 투자는 특히 300mm 웨이퍼 제품에 대한 대한 공정 자동화와 노후 장비 개선에 집중했다. 웨이퍼는 반도체 칩에 들어가는 기초소재다.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통신기기 등 거의 모든 전자 기기의 핵심 부품이다.
SK실트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웨이퍼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으로 300mm 웨이퍼 분야에서 지난해 시장점유율 세계 4위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실트로는 집적도 등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계측 장비 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리서치 활동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R&D 투자도 늘렸다. 올해 3분기까지 328억원을 투자해 전년 동기 대비 74.5% 증가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R&D 비용을 뛰어넘었으며, 2001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SK실트론측은 "웨이퍼 가공 공정에서 미세 입자와 평탄도 등 고객사가 요구하는 품질 수준을 확보하기 위해 선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미래 기술뿐 아니라 2년 이내 제품과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각 사업부 소속의 개발팀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웨이퍼 시장도 호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제품 공급이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3분기 웨이퍼 출하량은 29억9700만 제곱인치로 전년 동기 대비 9.8% 늘어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웨이퍼 시장이 과거 10년간 연 평균 2.6%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호황으로 실적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SK실트론의 올해 3분기 매출은 24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33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3분기에만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426억원)과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333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SEMI는 올해 글로벌 웨이퍼 출하량이 사상 최대치인 114억4800만 제곱인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2018년에는 118억1400만 제곱인치, 2019년에는 122억3500만 제곱인치로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SEMI 관계자는 "차량, 의료, 웨어러블, 고성능 컴퓨팅 애플리케이션에 필요한 커넥티드 디바이스가 급증하면서 연간 웨이퍼 출하량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실트론의 실적 호조도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300mm 웨이퍼를 제조할 수 있는 업체가 글로벌 5개사로 제한된 상황에서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웨이퍼 업체들은 2014년 증설로 공급 과잉에 따른 실적 악화를 경험한 바 있다"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철저히 고객사 요구로 인한 증설만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웨이퍼의 공급 부족 현상이 202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가격은 2020년까지 매년 10~15% 수준의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