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털링 루비가 ‘소포모어’라는 타이틀로 꾸민 캘빈 클라인 패션쇼무대. <사진=ARTNEWS> |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미국 로스 앤젤리스를 무대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스털링 루비(Sterling Ruby, 45)가 패션 분야에서도 남다른 재능을 뽐내고 있다. 스털링 루비는 다소 기괴하고, 파격적인 작업을 펼쳐온 독일 출신의 미술가이다. 회화, 설치미술, 조각을 넘나들며 고유하고도 전략적이며, 논쟁적인 작업을 이어온 그는 지난 9월 7일 뉴욕 맨하탄 39번가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본사에서 열린 ‘캘빈 클라인 2018 봄 패션쇼’에 무대미술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스털링 루비는 2005년부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패션디자이너 라프 시몬스(Raf Simons)를 위해 이번 작업에 동참했다. 루비는 시몬스가 ‘미국의 악몽과 전능한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캘빈 클라인 2018 봄 패션쇼’에 걸맞게 이색적인 공간 설치작업을 시도했다.
그는 울긋불긋한 각종 헝겊과 기다란 술, 랜턴, 금속통, 낡은 자동차부품을 흰색의 패션쇼장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아 지금까지의 패션쇼와는 전혀 다른 무대미술을 시도했다. 노란색, 붉은색 헝겊 술들은 천정에서 길게 늘어뜨려져, 패션쇼를 보러 온 관객들의 발치에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패션쇼장과는 전혀 다르게 꾸며지며 상식을 뒤엎은 쇼 공간에 대해 관객들은 “캘빈 클라인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가. 어쨌든 신선하다. 비엔날레에 온 듯하다”는 반응이 모아졌다.
스털링 루비와 라프 시몬스는 수년간 공동작업을 해왔다. 라프 시몬스가 크리스티앙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할 때도 서로 창조적 영감을 전략적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스털링 루비는 미술과 패션을 굳이 가를 필요가 없으며, 예술의 영역에선 얼마든지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뉴욕 메디슨가의 캘빈 클라인 매장. 스털링 루비가 디자인했다. <사진=캘빈 클라인> |
루비는 지난 봄에 열린 ‘2017 가을겨울 캘빈 클라인 패션쇼’에서도 미술 작업을 시도했다. 또 뉴욕 매디슨 애비뉴에 위치한 캘빈 클라인 뉴욕 매장의 혁신적인 인테리어및 공간 설치작업도 시행한바 있다. 라프 시몬스는 루비의 일련의 독특한 작업에 대해 큰 만족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벨기에 출신의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 또한 패션계에서 가장 기이한 디자이너로 꼽힌다. 심지어’가장 위험한 디자이너’라는 평도 있다. 걸출한 디지아너 존 갈리아노(57)가 크리스티앙 디올을 떠난 이후, 디올하우스를 맡았던 라프 시몬스는 4년간 디올에서 일하며 디올하우스를 성공적으로 재구축했다. 그리곤 2016년 캘빈 클라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스카웃돼 고상하나 지루했던 무채색톤의 캘빈 클라인을 확 바꿔놓고 있다. 그렇게 파격을 단행한 데에는 스털링 루비와의 예술적 도모와 협의가 적잖이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기이함과 불온함’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두 사람의 협업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티스트 스털링 루비와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 <사진=하우저&워스 gallery> |
[뉴스핌 Newspim]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