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 늘리기에서 이용률 높이기로 전략 수정
[편집자] 이 기사는 7월 14일 오후 2시39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강필성 기자] A씨는 최근 케이뱅크의 계좌 잔액을 보고 아리송해졌습니다. 0원이었어야 할 계좌에 100원이 들어있었기 때문이죠. 입금을 한 적이 없으니 당연히 누군가 보내준 것었습니다. 하지만 송금 메시지는 ‘#두근두근백일’ 뿐, 상대 은행도, 예금주도 적히지 않았습니다. 대체 이 100원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답은 가까운 데 있었습니다.
케이뱅크는 14일 현재 공지사항에 ‘100원이 입금된 고객님들께 알려드립니다’라고 안내문을 걸어놨습니다. 케이뱅크가 오픈 100일을 맞이해 계좌 개설 100일째를 맞이한 모든 사람에게 100원을 송금했다는 내용이죠.
케이뱅크의 공지. 케이뱅크는 예고 없이 전 고객에게 100원을 송금했습니다. <사진=케이뱅크> |
은행이 고객에게 직접 현금을 주는 이벤트는 이례적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금을 직접 주는 행위가 자칫 논란이 될 수도 있고, 비용에 비해 효과를 누리기 힘들기 때문이죠. 은행은 예·적금에 대한 이자를 줄 때만 현금을 지급합니다.
케이뱅크는 왜 현금을 쏘는 이벤트를 진행했을까요?
금융권에서는 이번 이벤트를 케이뱅크의 전략 수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케이뱅크는 계좌를 만들고 사용하고, 대출 받게 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포인트 적립형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면 GS25 1만원 상품권을 제공하거나, 대출을 받으면 추첨으로 경품을 증정하는 식이었죠.
이번 100원 송금 이벤트는 목표가 다릅니다. 케이뱅크 계좌 내 100원은 사실상 출금이 어렵습니다. 지점이 없는 케이뱅크는 현금을 인출하려면 편의점 GS25의 자동화기기를 이용해야합니다. 자동화기기는 최소 출금 단위가 1만원권입니다. 결국 100원을 인출하려면 9900원을 입금해야한다는 것이죠.
요컨대 만들어진 계좌를 이용하게끔 유도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케이뱅크의 다른 이벤트. <사진=케이뱅크> |
계좌를 이용하게하려는 이벤트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케이뱅크의 100일 이벤트 중 ‘100일이니까 월급 100% 더’도 있습니다. 급여계좌를 만든 사람 중 추첨을 통해 3명에게 월급만큼의 현금을 지급하는 식이죠. 퀵송금 기능을 이용한 사람에게 선착순으로 아이스크림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지금까지 가입자 늘리기에 집중했다면 100일을 기점으로 기존 가입자가 보다 서비스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것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라며 "이미 연간목표를 달성한 상황에서 수익성보다 보다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시중은행 중 이런 이벤트를 할 수 있는 곳은 케이뱅크가 유일합니다.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한 KB국민은행은 고객이 3069만명에 달합니다. KB국민은행이 모든 고객에게 100원씩 송금한다면 그 비용이 30억원을 넘습니다. 케이뱅크는 고객 수가 40만명에 불과해 4000만원으로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케이뱅크의 마케팅에 참신하다고 평가합니다. 케이뱅크의 이벤트가 얼마나 의미를 가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사진=셔터스톡> |
케이뱅크의 100일 이벤트의 성과는 오는 3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입니다. 케이뱅크의 새로운 전략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