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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스튜어드십 도입으로 지배구조 개혁 탄력"

기사입력 : 2017년07월10일 15:31

최종수정 : 2017년07월10일 15:32

운용사들, 의결 공개 압박에 안건 검토 적극
사외이사 선임, 의안 제시 건수 늘어나

[뉴스핌= 이홍규 기자] 최근 일본 거대 기업 도시바와 후지필름그룹, 다카타를 둘러싼 경영 실패 논란이 확대되면서 일본 주주들 사이에서 경영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4년과 2015년에 잇따라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와 '기업지배구조 코드'로 일본 기관투자자들의 경영 개선 요구 압력과 이에 따른 기업들의 의사 결정 변화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는 분석이다.

미쓰비시UFJ모간스탠리증권이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평균주가지수에 포함된 96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기업 중 67%는 경영진 임명 안건에 대한 주주들의 찬성 비율이 이전보다 감소했다고 지난 6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최근 저조한 시청률 등으로 경영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후지미디어홀딩스의 경우 신임 회장 임명에 대한 주주 찬성 비율이 단 70%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소니와 고베제강의 경우 경영진 임명 안건에 대한 찬성 비율은 90%를 밑돌고 있다. 일반적으로 90%를 웃도는 미국과 대조적이다.

기업별 주주들 경영진 임명 안건 찬성 비율, 괄호는 2015년 수치 <자료=日經 재인용>

◆ 운용사, 의결 공개 압박에 안건 검토 적극

이처럼 경영 안건에 대한 주주들의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 늘고 있는 것은 지난 2014년 일본 금융청이 도입한 영국의 '스튜어드십 코드'의 영향이 크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보험사와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지침이다. 또 지난 2015년 일본 금융청은 도쿄증권거래소와 상장회사의 기업지배 구조 지침인 '기업 지배구조(コーポレートガバナンス) 코드'를 도입했다.

올해 주주총회는 지난 5월 일본판 스튜어드십 코드가 개정된 이후에 열렸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수정된 코드는 자산운용사와 신탁은행, 생명보험사들에게 기업들의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했고, 그 행사 이유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말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이에 대한 정보를 웹사이트에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닛폰생명보험은 당분간 의결권 행사 이력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의결권 행사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될 경우 운용사들이 투자자로부터 받는 압력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의 주요 금융 그룹에 속하는 대다수의 자산운용사들은 그동안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들의 경영 안건에 대해 특별 대우를 제공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미 의결권 행사를 담당하는 자산운용사의 관계자들은 일본공적연금(GPIF) 등 연기금들로부터 개별 안건에 대한 의결을 공개하라는 서한을 받는 등 연기금 투자자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다이이치생명보험의 한 관계자는 "투표권을 부적절하게 행사하도록 허용되지 않고 있다"면서 "기업들과의 대화가 더욱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수정된 지침으로 주주총회가 더욱 투명하게 됐고 주주들의 기업 경영에 대한 영향력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제시된다. 특히 이같은 변화는 경영권 이슈 부문에서 감지되고 있다. 일본 도쿄의 컨설팅회사 레코프에 따르면 파나소닉과 캡콤을 포함 40개의 기업들이 지난 1월과 5월사이 '인수방어책(買収防衛策, anti-buyout measure)'을 폐지했다. 이같은 수치는 역대 최다로, 연기금들에 압박을 받는 자산운용사들이 기업가치 향상을 이유로 인수방어책에 반대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 사외이사 선임, 의안 제시 건수 늘어나

뿐만 아니라 상장 기업이 지켜야할 행동 규범을 담은 기업지배구조 코드 도입 이후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보기 드물었던 사외이사 선임 건수도 늘고 있다. 일본의 기업지배구조 코드는 최소 두 명의 사외이사를 둘 것을 권장하고 있다. 노무라자산운용의 경우 사외이사가 1명이거나 아예 없는 경우 회사의 안건에 대해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고,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와 영국의 자산운용사 3곳은 전체 이사회 중 사외이사 비율이 3분의 1 이상이 되도록 공동 요청했다. 파나소닉은 이같은 요청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지난달 29일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비율을 3분의 1 이상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연도별 일본 기업 사외이사 비율 변화 추이 <자료=도쿄증권거래소, 日經 재인용>

주주들의 의안 제시도 늘고 있다. 전체 의결권의 1%에 해당하는 주식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들은 의안을 제시할 수 있는데, 지난달 29일 기준 일본 기업 주주들은 212건의 의안을 제시했다. 이는 1년 전보다 27% 증가한 수치이며 사상 최다 기록이라고 리서치 회사 IR재팬은 분석했다. 대부분이 부결되긴 했지만 전체 주주의 10% 지지율을 얻은 의안도 있었다. 이에 대해 노무라자산운용의 이마무라 토시유키는 주주들의 의안제시 건수가 늘고 있는 것은 "고려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감사 및 감독 위원회가 있는 회사' 시스템을 채택하는 상장 기업들이 1년 전보다 30% 가까이 늘어나는 등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늘고 있다는 평가가 제시된다. 이에 의결권 자문회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이시다 다케유키 일본 리서치 책임자는 "코드 도입 이후 일본의 기업 지배구조 개혁 변화는 해외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면서 하지만 "일본은 다른 나라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일본은 ACGA(Asian Corporate Governance Association)의 2016년 기업지배 구조 평가에서 2년 연속 개선된 점수를 받아 싱가포르와 홍콩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도입된 스튜어드십과 기업지배구조 코드가 일본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혁을 본격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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