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키워 교섭력 확대하자 수수료 방식 바꿔 대응
[뉴스핌=김승동 기자] 법인보험대리점(이하 GA)과 보험사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보험사가 상품판매량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지급하자 GA는 뭉쳤다. 그 결과 소속 설계사가 1만명이 넘는 초대형 연합형GA가 속속 탄생했다. 이들은 커진 규모를 바탕으로 바게닝파워(bargaing power, 교섭력)를 발휘했다.
이에 보험사는 수수료 지급 방식을 바꿨다. 차등하지 않고 동일 수준으로 지급하는 것. 보험사는 불완전판매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하나 연합형GA의 영향력을 출고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ABL로 사명을 바꾸는 알리안츠생명은 GA의 보험판매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던 모집수수료를 동일하게 지급하기로 했다. 저축성보험과 보장성보험 등 보험상품군에 따라 수수료만 일부 차등 적용한다.
ING생명은 올해 초 종신보험을 중심으로 모집수수료를 단일화 했다. 또 AIA생명과 NH농협생명은 이미 지난해부터 GA 판매 실적과 상관없이 모집수수료를 동일하게 지급하고 있다.
중소형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GA에 동일모집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
보험사들은 신상품 판매량이 많을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차등적으로 지급해왔다. 가령 매월 100건을 팔면 100만원을 지급하지만 1000건을 팔면 1000만원이 아닌 1500만원을 지급하는 식이다. 이런 차등 수수료체계를 활용하기 위해 군소GA가 한 개의 법인으로 뭉친 연합형GA가 등장했다. 실제 연합형GA가 급속도로 확대된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영업이 힘들어지면서다.
현재 소속설계사 5000명 이상의 초대형 GA인 글로벌에셋코리아, 글로벌금융판매, 메가 등이 모두 연합형이다. 최근 다시 GA가 속속 합병하고 있다. 지난 2008년처럼 영업이 힘들어지자 규모를 키워 보험사와의 교섭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보험사들의 동일수수료 지급 움직임은 GA의 교섭력 확대를 막아보자는 것.
또 판매량이 많다고 더 많은 수수료를 지급하다보니 불완전판매가 증가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더 많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 팔고보자는 식으로 영업을 했던 셈. 동일수수료 지급은 적게 팔아도 수수료가 동일하기 때문에 무리한 영업을 할 필요도 없다.
수수료를 두고 보험사와 GA업계 간 이견이 있다. GA업계는 판매량이 많아질수록 수수료도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대형 GA 대표는 “모든 회사나 영업직은 더 많이 팔수록 교섭력이 증가해 더 많은 돈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며 “보험도 더 많이 판매하는 GA라면 더 많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게 당연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동일수수료를 지급하는 보험사 상품을 안 팔면 그만”이라며 “결국 이같은 수수료 지급은 확대되지 못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차등수수료를 지급했던 관행이 공룡 GA 탄생 배경이 됐다”며 “불완전판매를 줄이고 GA 갑질을 방지하기 위해 동일수수료 지급에 동참하는 보험사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승동 기자 (k870948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