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증인 출석
"현안 보고 차원에서 청와대 전달…다른 지시는 없었다"
[뉴스핌=최유리 기자]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이슈에 너무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서운할 정도였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전·현직 삼성 임원에 대한 29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참석한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말이다.
이날 정 부위원장은 청와대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에 큰 관심이 없었으며 관련한 어떤 지시도 없었다고 밝혔다.
정 부위원장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016년 이승재 삼성 미래전략실 전무 요청으로 금융지주사 전환을 검토했다. 검토 결과 법리적 문제가 있어 금융지주사 전환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금융위의 검토 의견을 받은 삼성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려 하다가 최종 보류로 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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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뉴시스> |
그는 "금융지주사 전환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현안이라고 판단해 안종범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삼성과 접촉하거나 청와대로부터 어떤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당시 안 전 수석의 반응에 대해선 "별다른 피드백이 없었다"라며 "금융위가 굉장히 신경써서 보고한 내용인데 아무 반응이 없어 서운했다"고 말했다.
이는 금융위원회의 반대에도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에서 관련 내용을 청탁해 금융지주사 전환을 지속 추진했다는 특검 주장과 상반된 증언이다. 특검은 금융지주사 전환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이었다고 보고 있다.
정 부위원장은 청와대에 해당 이슈를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 일상적인 업무 차원이었다고 강조했다. 삼성생명이 보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보험계약자에 대한 이해를 감안하면 민감하고 중대한 사안이었다는 설명이다.
외압 여부와 청와대 보고 배경에 대한 정 부위원장의 말은 다른 금융위원회 관계자들의 증언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김연준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장(전 금융제도팀장), 김정주 금융위원회 사무관은 앞서 증인으로 출석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은 청와대가 당연히 알아야할 사안"이라며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요청으로 보고했다기보다는 중요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알렸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에 삼성 변호인 측은 "금융위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문제를 검토하고 삼성과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최종 보류된 것은 일반적인 의사 결정 과정이었다"면서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업무와 대가관계에 대한 명확한 인식 공유가 있어야 하지만 보고받았다는 것 외에 어떤 대가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