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2000년來 최고…최근 체감실업률↑
“야근 해보는게 꿈, 퇴근하며 투덜대고 싶다”
[뉴스핌=김규희 기자] 6월 졸업시즌, 상반기 취업시장 마감이 다가오면서 또다시 취준생들 절규가 나오고 있다.
노량진 한 고시학원 게시판에 취업준비생들이 적은 글귀가 눈에 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11조 2000억원 규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가운데 졸업을 앞두거나 졸업을 유예하고 있는 취업 준비생들은 올해도 취업이 안돼 고통 속에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심지어 직장인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야근’을 해보고 싶어 한다.
취업준비생 최모(25)씨는 “일자리가 너무너무 부족하다. 친구들의 탈락 소식은 매일 들려오지만 취업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가끔 들린다”며 “취준생들끼리 이따금씩 하는 소리지만 나도 직장에서 힘들게 야근하고 집으로 돌아와 투덜대고 싶다”고 했다.
최 씨의 경우에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SKY 대학 졸업생인 최 씨와 달리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한 김모씨(25)는 정말 힘들다고 울먹였다. 김 씨는 “최 씨와 비교해 졸업학점, 대외활동 등 어느 하나 밀리지 않지만 서류전형에서조차 떨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전했다.
그는 “심지어 자소서에 야근을 잘 할 수 있는 몸과 정신상태를 가졌다고 어필하기도 한다. 또 자신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업종과 전혀 상관없는 자격증을 취득해 이력서를 채우고 있다”고 전했다.
청년실업률은 지난 4월 기준 11.2%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체감 실업률은 최근 3개월간 24% 안팎으로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 상태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장사협의회로부터 연도별 임직원 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750개 상장사 전체 종업원은 125만 9661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1만3304명이나 줄었다. 지난해는 상장사들이 최대 영업실적을 기록한 했지만 종업원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희망 취업 업체 부스에 줄을 서고 있다. [뉴시스] |
과거엔 볼 수 없던 풍조가 생기기도 했다. 좋은 일자리에 취업하기 위해 재수, 삼수까지 마다하지 않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대학 입시 뿐 아니라 대기업·공기업 취업을 위한 재수까지 감행하는 것이다.
이번이 3번째 취업 준비라는 박모씨(29)씨는 “첫 직장이 중요한 걸로 알고 있다. 대기업에서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연봉과 복지 등 근무환경을 고려했을 때 대기업을 위한 취준 재수, 삼수는 그만 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씨가 공부하고 있는 취업스터디에는 같은 처지의 학생들이 절반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2000년대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커지기 시작했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의 90% 정도였으나 지금은 62%, 많게는 절반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다.
때문에 청년들은 중소기업 대신 대기업·공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시간을 버리는 것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김남근 참여연대 변호사는 “대기업-중소기업 임금 격차 때문에 청년들이 대기업만 선호하게 돼 청년실업 문제가 발생하는 것처럼 여러 가지 왜곡된 경제 현상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기업 취업 재수생 임모씨(28)는 “정부에서 막대한 자금을 일자리 창출에 편성한 만큼 하반기에는 많은 일자리가 생기길 기대한다”며 청년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