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전통 금융상품 쪽 강자의 변화에 주목
[뉴스핌=김성수 기자]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의 아비게일 존슨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비게일 존슨 <사진=블룸버그> |
23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비게일 CEO는 이날 뉴욕에서 비트코인 정보업체인 코인데스크가 주최한 콘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뮤추얼펀드나 연금설계 대신 비트코인에 대한 연설을 했다.
아비게일은 "나는 전통적인 금융서비스 산업에 종사하지만, 피델리티 임직원들은 기술의 진화가 기존 금융산업을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터넷이 정보를 이동시켰던 것처럼, 가상통화 기술이 가치를 이전시키는 역할을 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라고 질문했다.
그는 "나는 비트코인과, 그것이 가져올 미래를 좋아한다"면서 "내 컴퓨터가 20만사토시를 채굴했다"고 말했다. '사토시'는 비트코인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 이름에서 따온 가상통화 단위로 1비트코인의 1억분의 1을 뜻한다.
피델리티는 비트코인 플랫폼인 '코인베이스'와 제휴를 맺고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식대 결제를 비트코인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한 복잡한 알고리즘을 다루는 컴퓨터뱅크 설립도 준비하는 등 비트코인을 활용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연금과 저축 등 전통적 금융상품에 강점을 가진 피델리티의 CEO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통화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은 월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통화는 금융시장이나 경제학 전문가가 아닌 괴짜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에 보수적인 월가에서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통화에 대한 거부감이나 회의론이 여전히 높다.
주요국 금융당국도 비트코인이 금융기관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지구촌을 강타한 대규모 랜섬웨어의 배경 중 하나로 비트코인이 지목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