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에게 문자 보내 "퇴장한다…잊혀질 권리 허락해달라"
[뉴스핌=이영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을 대표하는 '3철'로 불리는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이 15일 '퇴장'을 선언했다.
지난 2011년 7월 29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문재인의 운명' 북콘서트에서 오연호(왼쪽부터) 오마이뉴스 대표, 문재인 대통령(당시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
'양비'로도 불리는 양 전 비서관은 이날 밤 늦게 지인들에게 보낸 '제 역할은 여기까지 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참, 멀리 왔다. 제 역할은 딱 여기까지"라며 "새 정부가 원활하게 출범할 수 있는 틀이 짜일 때까지만 소임을 다 하면 제발 면탈시켜 달라는 청을 처음부터 드렸다. 그분과의 눈물 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퇴장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래 전 그 날, 그분을 모시고 신세계 개척을 향한 긴 항해에 나섰다"며 "저는 그분에게서 단 한 번도 비겁하거나 누추한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분 곁에 늘 함께한 것은 평생의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분이 정권교체를 이뤄주신 것으로 제 꿈은 달성된 것이기에 이제 여한이 없다"며 "우리는 저들과 다릅니다. 정권교체를 갈구했지 권력을 탐하지 않았다.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문 친노 프레임이니 삼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 분의 머리와 가슴은 이미 오래 전, 새로운 구상과 포부로 가득 차 있다"며 "멀리서 그분을 응원하는 여러 시민 중 한 사람으로 그저 조용히 지낼 것입니다. 잊혀질 권리를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덧붙였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양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3철'(양정철 전해철 이호철) 중 한 명이다. 지난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문 대통령의 정치입문 결심을 이끌어냈다.
문재인 캠프 비서실 부실장으로 활동해온 양 전 비서관은 새 정부 출범 직후 가장 빠른 청와대 입성이 예상됐지만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이어 본인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 전 수석은 지난 10일 "제가 할 일은 다 했다"며 해외로 출국했다.
양 전 비서관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언론노보 기자와 스카이라이프 사장 비서실장,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실 비서관, 노무현 재단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부터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다음은 양정철 전 비서관이 가까운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전문이다.
◆ 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참, 멀리 왔습니다. 제 역할은 딱 여기까지입니다. 새 정부가 원활하게 출범할 수 있는 틀이 짜일 때까지만 소임을 다 하면 제발 면탈시켜 달라는 청을 처음부터 드렸습니다. 그 분과의 눈물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퇴장합니다.
저에게 갖고 계신 과분한 관심을 거둬달라는 뜻에서, 언론인들에게 주제 넘은 이별인사를 드립니다.
오래 전 그 날, 그 분을 모시고 신세계 개척을 향한 긴 항해에 나섰습니다.
풍랑과 폭풍우를 묵묵히 헤쳐온 긴 여정 동안 그 분은 항상 강했습니다. 당당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그 분에게서 단 한 번도 비겁하거나 누추한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분 곁에 늘 함께 한 것은 평생의 영광이었습니다.
머나먼 항해는 끝났습니다. 비워야 채워지고, 곁을 내줘야 새 사람이 오는 세상 이치에 순응하고자 합니다. 그 분이 정권교체를 이뤄주신 것으로 제 꿈은 달성된 것이기에 이제 여한이 없습니다.
간곡한 당부 하나 드립니다. 우리는 저들과 다릅니다. 정권교체를 갈구했지 권력을 탐하지 않았습니다. 좋은 사람을 찾아 헤맸지 자리를 탐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비선이 아니라 묵묵히 도왔을 뿐입니다. 나서면 "패권" 빠지면 "비선" 괴로운 공격이었습니다.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문 친노 프레임이니 삼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주시기 바랍니다. 비선도 없습니다. 그 분의 머리와 가슴은 이미 오래 전, 새로운 구상과 포부로 가득 차 있습니다.
멀리서 그분을 응원하는 여러 시민 중 한 사람으로 그저 조용히 지낼 것입니다. 잊혀질 권리를 허락해 주십시오.
문재인 대통령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양정철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