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쓰 60년 파트너 '소레키아' 두고 입찰전쟁
'사냥꾼' 사사키 회장 "소레키아 경영 방식 문제"
후지쯔 "회사 전략적 파트너, 뺏길 수없어"
[뉴스핌= 이홍규 기자] 일본 전자업체 후지쓰(후지쯔)가 지난 60년간 협력 관계를 맺어온 전자 기기 상사 '소레키아'를 놓고 일본의 한 개인 기업사냥꾼과 입찰 전쟁을 벌이고 있어 관심이다.
소레키아의 방만 경영을 문제 삼아 인수해 경영 개편에 나서려는 개인과 회사의 협력 파트너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후지쯔 측 간의 대결인 셈이다. 이는 일본에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발생한 적대적 인수전으로 불리며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3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과 일본 투자정보매체 토우신완에 따르면 양측 간에 벌어진 이 입찰 경쟁으로 현재 소레키아의 몸값에 160%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이 회사는 현재 손실을 보고 있다.
소레키아 주가 1년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 2월 입찰전쟁 시작… 프리미엄 160% 붙어
지난 2월 초 통나무 집 설계 업체인 프리시아마크로스의 사사키 베지 회장이 소레키아 지분 32% 취득을 목적으로 주식공개매입(TOB)를 표명하면서 입찰 경쟁이 시작됐다. 이에 후지쯔 측은 같은 달 중순 대항 성격으로 지분 72%에 대한 입찰을 제안했다. 이후 양측은 입찰가를 올리면서 4차례 공방을 펼쳤다. 사사키 회장은 지난 12일 다시 매입가를 인상했다.
사사키 회장이 후지쯔를 상대로 이같은 '전쟁'을 벌이는 것은 소레키아의 방만한 경영으로 회사의 주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각종 부실 자산 인수와 기모노패션브랜드 설립 등이 사업 기록으로 남겨진 그는 FT와 인터뷰에서 "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지난 15년간 0.5%에 머물러 있음에도 경영진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대로 두면 회사는 폐허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사키 회장은 일본의 자산시장 거품이 정점을 이루던 지난 1980년대말 미국 화장품회사 아봉프로덕트의 일본 자회사를 4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려다 결국 실패하면서 유명해졌다.
(좌)사사키 베지 <사진=유튜브 동영상 캡쳐> |
◆ 양측 다툼, 일본 기업 경영 문화 노정
분석가들은 양측의 다툼이 일본 기업들의 문제를 노정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지난 4년간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주주친화 개혁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들은 전략적인 경영 논리와 주주들의 이해보다 안일한 사업 관계에만 역점을 둬 경영하고 있다고 이들은 말했다.
지난 2월 사사키 회장이 인수 의향을 표명하기 전, 소레키아의 시가총액은 사내에 보유한 순현금 34조1000억엔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6조8000억엔이었다. 회사 주가는 장부가치보다 3분의 1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같은 경우가 소레키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게 분석가들의 설명이다. 일본 증시는 지난 2013년 이후 랠리를 펼쳤음에도 도쿄증권거래소 1부 내 기업 45%의 시가 총액은 장부가치와 사내 보유 순현금보다 낮다. 이는 미국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 1500 지수의 5.9%, FTSE전세계주가지수 15.2%에 한참 못미친다.
사사키 회장은 "어느 시점에선가 우리는 일본의 자본시장을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투자자들에게 올바른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주는 것을 목표로 다음 단계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이기면 일본 자본 시장은 바뀔 것이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촉매가 될 것"이라며 메이지 유신 이후 아무도 그 일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내가 실패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어느 시점에서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 후지쓰 "소레키아, 회사 전략에 중요"
작년 3월말 마이너스(-)3.6%의 ROE를 기록한 소레키아는 사사키 회장의 ROE 향상 요구에 "단기 이익의 추구는 장기적인 고객 관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말로 일축했다. 이 회사의 이사회는 사사키씨는 회사 운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그를 부적절한 '비지니스 파트너'로 간주, 주주들에게 매입 반대 의사를 표할 것을 추천했다.
이번 입찰 전쟁에 휘말린 후지쓰 측 역시 소레키아와 입장이 다르지 않다. 60년 이상 소레키아와 협력해온 후지쯔는 소레키아 이사회에 4명의 전직 임원을 두고 있다. 후지쯔는 소레키아는 회사의 "디지털 전환"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지쯔의 소레키아 보유 지분은 2.7%에 그친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 점을 지적하면서 후지쯔가 대항매수에 나서면서 내세운 논리가 '최소'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단지 회사 주주들의 우려를 덜어주려는 체면 치레용이라는 지적이다.
사사키 회장은 "사람들은 오랜 전통을 가진 큰 일본 기업이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의 소수 주주들은 외부인이 갑자기 들어와서 회사 경영을 위해 힘을 사용하면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