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페이스북과 KIC 등 'VR기업 해외진출 업무협력' 조인식
박대성 부사장 "우수 기업은 인수·합병 대상"
이상홍 IITP 센터장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
[ 뉴스핌=성상우 기자 ] 페이스북이 국내 유망 가상현실(VR) 스타트업 확보에 나섰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자회사 오큘러스의 멘토링 등을 통해 우수 기업을 협력 파트너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개별기업에겐 미국시장 진출기회지만 유망 기술 스타트업의 해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페이스북은 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코리아에서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산하 글로벌혁신센터(KIC),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와 '디지털콘텐츠 R&D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 업무 협력' 조인식을 가졌다. VR 및 증강현실(AR)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공동 지원에 합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번 업무협력을 통해 페이스북은 국내 유망 VR 스타트업들을 자체 기준에 따라 선별하고 협력 대상 기업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4일 업무협력 조인식에서 알렉스 스타모스 페이스북 CSO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성상우 기자> |
KIC 센터에 따르면 VR·AR 관련 연구성과 및 사업 성과가 있는 전체 기업 중 참가 의사를 밝힌 회사는 30여개로 이들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한다. 페이스북은 심사를 통과한 업체를 인수·합병(MA&A)을 포함한 협력 대상 기업으로 포함시킬 수 있다.
선발된 기업을 대상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페이스북 자회사인 글로벌 VR 기업 오큘러스와의 멘토링 프로그램도 예정돼 있다. 오큘러스의 엔지니어들이 직접 사업화 및 기술개발에 대한 멘토링을 제공한다. 현지 교육프로그램은 약 10주간 진행되며 올해 7월 최종 우수 기업을 선정된 업체는 페이스북의 협력 파트너로 선정된다.
박대성 페이스북코리아 부사장은 "국내 게임만 놓고 본다면 VR게임 중 글로벌 톱(TOP) 30위 중 한국 게임 개발자가 상당히 많다"며 "인재 풀(Talent Pool)과 높은 수준의 인프라를 갖춘 한국이 오큘러스의 협력 대상 기업을 찾기에 적당한 국가"라고 말했다.
알렉스 스타모스 페이스북 최고보안책임자(CSO) 역시 "한국은 매우 까다로운 시장이라 우리가 많은 통찰력을 얻는 시장"이라며 "우리 기술과 한국 스타트업들이 시너지를 발휘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가능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 협력 조인식에 참가한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성상우 기자> |
참가 기업들 입장에선 오큘러스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직접 진출을 도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반면 국내 산업 관점에선 유망 기술 기업 유출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창업 생태계 관할 당국인 미래부는 현재 정책 컨트롤 타워로서 제 역할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5월 새정부 출범이후 존폐여부가 확실치 않다. 담당하던 각종 정보통신기술 (ICT)사업 및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사업 등이 '올스톱'됐다.
향후 5년간 405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VR 사업도 불안하다. 앞서 VR 사업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것으로 거론되면서 육성 사업 예산 81억원이 삭감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정책 당국인 미래부는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 별다른 지분을 확보할 수 없는 상태다. 이번 업무협력의 내용대로 유망 기업이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페이스북에 인수되거나 협력파트너가 되면 국내로 돌아올 아무런 유인이 없다. 이번 조인식을 긍정적으로 볼수만은 없는 이유다.
이상홍 IITP 센터장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모든 사업엔 긍정적·부정적 측면이 공존한다"며 "기술 해외 유출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그보단 우리 기업이 페이스북과 실리콘밸리의 기술을 습득하고 글로벌 경험을 쌓는다는 긍정적 측면의 효과가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성상우 기자 (swse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