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관계 재설정이 벌써 재설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논평이 나와 주목된다. 트럼프가 대선 때 반복했던 러시아와의 관계 재설정 희망이 망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리아 폭격으로 미-러 간에 적대감이 폭발했고 아직 그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12일(현지시각) CNN은,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서방이 비난하자 미국이 지난주에 바로 시리아 공군기지를 폭격한 후 미국과 러시아 간의 적대감이 폭발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뉴시스> |
미 대선 때 말했던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대한 트럼프의 희망은 허물어지고 있다. CNN은 "러시아 관계 재설정이 벌써 다시 재설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폭격이 초래한 러시아 관계 악화를 되돌리려는 트럼프의 시도는 벌써 위기에 봉착했다는 의미다.
대선 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를 추켜세웠고 트럼프는 이를 양국 간의 관계 개선 신호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최근 갑작스러운 긴장 고조는 세계를 놀라게 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미-러 양국 관계 개선 노력은 이전 행정부의 경우보다 더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CNN은 환기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 때 러시아는 조지아 침공을 감행했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때도 대통령이 된 푸틴에게 관계 개선의 기회를 줬지만 푸틴은 미국을 성가시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여름 유럽에서 푸틴을 만나 이런 긴장관계를 해소하지 못하면, 러시아와 지속해서 되풀이되는 관계 악화의 고리를 끊겠다는 그의 바람은 실패하는 것이 된다.
CNN은 "하지만 징조가 좋지 않다"고 논평했다. 푸틴이 이날 "러-미 관계에서 상호 신뢰성이 특히 군사 부문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개선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됐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미-러 관계는 최악이다"라고 대응했지만 "미-러 관계가 좋아지길 바란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날 미국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세 시간에 걸친 회담을 가진 뒤 푸틴 대통령과도 접견했다. 일정에 없던 일이다.
틸러슨 장관은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과 2시간 가량 생산적인 회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측은 시리아의 화학 무기 사용 여부를 둘러싼 문제를 포함해 주요 쟁점에 대한 이견을 크게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틸러슨은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저하됐고, 양국의 신뢰 역시 떨어졌다"며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핵 보유국에 해당하는 양국이 이 같은 상황에 머물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서방이 특정 독재자나 정권, 또는 전체주의 지도자들을 제거하는 데 집착하고 있다"며 "양국 모두 과거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시리아 정권에 대한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화학 무기 사용과 관련해 사실에 근거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미국의 폭격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