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1990년대 한국 성형수술 ‘메카’ 부상
지방 성형외과 의사, 강남서 수술경험 부각
입소문·인터넷후기로 병원 선택하는 소비자
‘광고형 후기’ 넘쳐나 주의…광고여부 확인必
[뉴스핌=이보람 기자] “성형수술 하러 서울까지 가실 필요가 없습니다. ‘강남’ 출신 의사가 ‘강남급’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지방 한 성형외과 광고 속 의사 이력에 ‘강남’ 출신이라는 점이 표기돼 있다. <자료=성형외과 한 인터넷 홈페이지 캡쳐> |
지방의 한 성형외과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광고 문구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영업하는 성형외과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강남 B병원 출신’, ‘강남 C병원 코수술 경력만 10년’ 등의 이력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중 강남은 빠질 수 없는 단골 문구 중 하나다. 강남이 뭐길래.
성형수술 소비자들에게 강남의 존재는 상징적이다. 강남은 대한민국 성형수술 메카다.
지난해 코 성형수술을 받은 이가영(가명·29세)씨는 “동네에도 성형외과가 몇 군데 있긴 하지만 왠지 믿음이 안간다”며 “코 수술 경력이 풍부한 의사가 있는 강남 한 대형 병원에서 수술했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대형 병원이 오히려 가격도 저렴한 것 같다”고 강남 선호 배경을 설명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 따르면, 협회에 등록된 성형외과 전체 전문의 가운데 57%인 941명은 강남구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협회 등록 전문의는 전국 1641명이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소속 지역별 성형외과 전문의 등록 현황. <자료=대한성형외과의사회 홈페이지 갈무리> |
강남이 성형수술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것은 미용목적의 성형수술이 일반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연예인들과 일부 고소득층, 강남 일대 유흥업소 종사자 등을 중심으로 성형외과에서 미용 목적의 수술이 차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패션과 뷰티에 민감하면서도 고가의 성형수술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고객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 다름 아닌 '강남'이었다. 시장 경제의 가장 기본인 수요의 법칙에 따라 자연스레 강남권에 성형외과가 집중적으로 생겼다.
성형이 대중화되면서 일반인들도 강남 성형외과로 향했다. 얼마 전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이전까지 홍수같이 밀려오던 중국인들은 강남으로 ‘성형 관광’을 오기까지 했다.
강남이 성형수술 메카가 된 과정과 지역 성형외과들이 강남을 간판에 내세우는 것은 관련이 깊다. 소비자가 성형수술 병원 선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바로 의사의 ‘수술 경험’이기 때문이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가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성형외과 수술 상담을 앞두고 정보를 어디서 얻었느냐’는 질문에 ‘입소문’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뒤이어 인터넷 후기를 찾아본다는 답변이 31%로 집계됐다.
이는 성형수술 의사가 어떤 경험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 경험이 얼마나 인정받는지 여부를 실제 수술받은 사람들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병원선택의 가늠자가 된다는 의미다.
<그림=게티이미지> |
회원수 33만명이 넘는 한 인터넷 성형관련 커뮤니티 홈페이지에는 ‘눈성형 후기’, ‘코성형 후기’, ‘안면윤곽성형 후기’ 등의 메뉴가 가장 상단에 배치돼 있다. 이 3개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만 해도 1만2000개나 된다. 그만큼 성형수술 소비자들이 '후기'에 관심을 둔다는 방증이다.
지방 성형외과들이 강남을 간판으로 내세우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얻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울산에 성형외과를 개업한 한 전문의는 “고객이 많지 않지만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강남 D성형외과 출신이라고 하니 방문하시는 어머니들이 특히 좋아해주셨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성형외과가 이런 소비자의 마음을 모를 리 없다. 블로그와 인터넷카페에는 광고인지 후기인지 모를 후기형 광고가 넘쳐난다. 이에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성형수술 후기를 맹신하지 말고 글의 광고 심의번호 표시 여부나 전문의 검색 등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남 한 대형 성형외과에서 코디네이터 실장으로 근무했던 한지연(가명·32세) 씨는 “병원에서 후기를 올리는 조건으로 환자에게 수술비용 일부를 주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에는 비용을 받으면 광고 표기를 하게 돼 있어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이 광고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의사의 경우 실제 전문의가 아닌 경우는 거의 없지만, 소속 학회나 협회 등에 문의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