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산업은행에 공 넘겨
산은 "공식 입장 얘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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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연순 기자]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할 지에 대한 판단을 하지 못했다. 판단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사실상 미룬 것.
산업은행 역시 명확한 입장이 없다. 다만 당초 '허용 불가' 원칙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얘기할 수 없다"로 한발 물러나는 모양새다.
산업은행은 22일 컨소시엄 허용 안건을 주주협의회에 서면 부의해 오는 24일까지 채권단의 판단을 들어보겠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인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22일 뉴스핌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재까지 산업은행이 채권단과 (컨소시엄 허용 문제에 대해) 허용 또는 불허 입장을 논의한 적도 없고 합의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부의 안건이 들어오면 고민을 해야 하겠지만 이렇다 저렇다 생각을 못하는 게 아니라 결정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여러 쟁점이 있고 복잡한 상황이라 채권단이 독자적으로 입장을 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시중은행 채권단의 기류는 대선 유력후보들이 '기술 유출' 등의 논리를 앞세워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에 반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건이 부의되더라도 채권은행의 개별 입장을 제시하기보단 사실상 산은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진=뉴스핌> |
앞서 산은은 지난 17일 주주협의회(채권단) 실무자 회의를 열고 컨소시엄 구성 허용 여부 안건을 20일 상정해 22일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하지만 산은은 추가적인 법률 검토 등을 이유로 아직까지 안건을 부의하지 않고 있다.
산은은 이르면 이날 안건을 부의해 24일까지 채권단의 판단을 들어보고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그렇지만 이 또한 채권단이 입장 표명 보류 의사를 전하면서 산은의 입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컨소시엄 허용 안건을 부의해서 각각 은행들의 입장을 들어볼 것"이라고 원칙론을 밝혔다.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안건으로 올릴 경우, 의결권 기준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가결된다. 우리은행(33.7%), 산업은행(32.2%) 등 30%대 의결권을 보유한 곳 중 어느 한 곳이 반대하면 부결된다. 이 외에 KB국민은행(9.9%), 수출입은행(7.4%), 농협은행·KEB하나은행·광주은행 등 기타 주주협의회 소속기관들은 5% 미만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산업은행으로선 홀로 컨소시엄 구성을 반대하기도 어렵고, 기존 입장을 뒤집을 수도 없는 상황에 몰렸다. 산업은행이 채권단과 물밑 협상에서 묘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컨소시엄 허용 여부 결정 자체가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채권단이 컨소시엄 구성을 허가하든 불허하든 이해당사자들의 소송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이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으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겠다면서 법적 대응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더블스타 역시 "박삼구 회장은 개인 자격으로만 우선매수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산업은행 입장이 담긴 확약서를 근거로 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