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보복+자국 기업 살리기 ‘일석이조’
[뉴스핌=이지연 기자] 한국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본격화한 가운데 일부 중국 기업이 사드 정국을 노린 애국주의 마케팅으로 자국 소비자의 많은 공감과 호응을 얻어내고 있다.
지난 1일 중국 식품기업 웨이룽식품(衛龍食品)은 SNS 웨이보에 “자사 제품이 롯데마트 장쑤옌청점에서 완전히 철수했다는 소문은 사실이며 앞으로 전국 롯데마트 지점에서 물건을 빼고 다시는 롯데와 협력하지 않겠다”며 결국 뿌리인 (중화)민족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해당 웨이보 게시글은 6일 오전 기준 좋아요 56만건 이상, 퍼가기 및 댓글 10만건 이상을 기록하며 엄청난 지지와 호응을 얻고 있다.
네티즌들은 “잘한다! 이것이 중국 기업의 위엄”, “이따가 웨이룽 라탸오(辣條, 매운 쫀드기) 10개 사러 가야지”, “라탸오=웨이룽! 앞으로 라탸오는 무조건 웨이룽이다”, “다른 업체들도 롯데 제품을 속속 내리고 있다, 우리의 힘을 더 보여주자” 등 웨이룽식품의 애국주의 마케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중국인 국민간식 라탸오로 유명한 웨이룽식품이 롯데마트 철수를 결정하며 중국 소비자의 열띤 지지를 받고 있다. <캡쳐=웨이룽식품 공식 웨이보> |
웨이룽식품 외에 중국 내 식품업체, 대형마트, 구직 사이트 등 업계를 막론하고 애국주의를 내세우며 롯데그룹과 한국 기업에 대한 보복성 제재로 마케팅 효과를 얻고 있다.
지난달 28일 냉동설비 업체 샹궈즈렁(橡果制冷)은 롯데마트에 자사 냉동설비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롯데마트를 위해 개발 생산 중이던 설비는 해체하거나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식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타오더우(淘豆)는 1일 웨이보에 롯데 제품을 더 이상 취급하지 않겠다는 성명문을 내걸었다. 타오더우는 “납세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앞으로 롯데와의 협력은 일체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사과주 업체 마란산핑궈주(馬欄山蘋果酒) 또한 웨이룽식품의 결단에 호응해 롯데마트에서 자사의 모든 제품을 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일 구직 사이트 이쯔왕(椅子網)은 “국가 앞에 이익은 없다”며 롯데마트를 포함한 모든 한국 기업의 채용 정보를 삭제했다는 공지문을 올렸다.
대만계 대형 체인 마트 다룬파(大潤發, RT Mart)는 지난 5일 중국 내 모든 지점에서 롯데 제품의 판매 중단 및 반품을 단행했다.
일부 네티즌은 “사드 정국을 노린 애국주의 마케팅”이라며 이들 기업에 곱지만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어쨌든 중국 소비자의 돈이 괘씸한 한국 기업이 아닌 중국 기업 주머니에 들어가니 이왕이면 국산품을 애용하겠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중국 구직 사이트 이쯔왕이 "국가 앞에 이익은 없다"며 롯데마트를 포함한 모든 한국 기업의 채용 정보를 삭제했다. <캡쳐=이쯔왕 공식 웨이보> |
지난달 27일 롯데그룹이 사드 부지 제공을 결정하면서 한국 제품에 대한 중국인의 불매운동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대 자동차를 벽돌로 부수고 한국인 손님은 문전박대 하는 등 반한(反韓) 정서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에 중국 관영매체는 비이성적 과격 시위를 자제하라며 사드 제재 수위 조절까지 나선 상황이다.
한국 정부와 관련 기업을 제재해 한국 경제에 타격을 입혀야 하는 것이지 (사드 제재가) 일반 한국인을 향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이지연 기자 (del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