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리 부상 동향 예의주시"…윤병세, 유엔 인권이사회 기조연설
[뉴스핌=이영태 기자] 정부는 북한 리길성 외무성 부상이 28일 정오께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것과 관련해 리 부상의 방중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 <사진=뉴시스> |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리 부상의 방중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 사건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냐는 질문에 "정부는 리길성 북 외무성 부상의 방중 관련 동향에 대해서 그간 예의주시해 왔었다"며 "정부는 이번 리길성 부상 방중 관련 동향을, 그 결과 추이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우리 정부로서는 북·중 관계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 그리고 북한 비핵화는 물론, 북한이 테러행위 중단 등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오게 하는 데에도 기여하는 방안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리 부상이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대기하던 중국 정부 차량을 타고 베이징 시내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북한 고위급이 방문하면 주로 북한대사관의 관용 차량을 이용하지만, 중국 당국 차량을 이용한 것은 중국 외교부 초청으로 방중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통신은 리 부상의 중국 방문이 제3국 방문을 위한 경유 목적이 아니라 중국 당국과의 대화를 위한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북한 고위급 인사의 방중은 지난해 5월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이후 9개월 만이다. 당시 리 부위원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하고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 등도 만났다.
최근 북중관계는 지난해 북한의 잇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이후 이달 초 중국 정부의 북한 석탄 수입 전면중단 조치 등으로 상당히 경색된 상태다.
더욱이 지난 12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지난 13일 중국이 신변을 보호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이 발생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까지 내몰렸다.
베이징 소식통들은 북한과 중국이 리 부상의 방중을 계기로 경색된 양국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협의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윤병세 "북한 '김정남 피살'은 국제질서 정면 도전"
한편 조준혁 대변인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아직 '김정남 피살사건이 아니라, 김철 피살사건'이라고 이야기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지나치게 '김정남 암살'을 공로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정부로서도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의 진행사항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그러한 점을 감안해서 저희의 대응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우리 정부당국으로서는 말레이시아 측이 밝힌 그간의 수사 결과, 그리고 여러 정보와 정황으로 봐서 북한이 배후에 있다는 것이 확실해 보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모든 점을 고려해서 지금 제네바에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7일 오후(현지시각) 제34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회기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지속적인 인권침해를 정치범 수용소, 해외노동자, 고위인사 처형 등 분야별로 상세히 설명한 뒤, 이러한 인권침해는 인권 자체는 물론이고, 평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임을 강조했다.
윤 장관은 특히, 북한인권사실조사위원회(COI) 보고서 이후 지난 3년간 인권이사회, 유엔총회, 안보리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책임규명 논의가 강화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제는 국제사회가 유엔총회와 인권이사회 결의의 권고와 같이 북한 사례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함으로써 북한인권 침해자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은 최근 말레이시아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이 암살된 것과 관련, 말레이시아 당국이 국제법상 금지된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가 사용됐고, 외교관을 포함한 8명의 북한인을 암살 용의자로 지목한 것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행위는 북한이 가입한 국제 인권규범의 위반일 뿐 아니라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윤 장관은 28일 오전에 개최되는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한편, 오후에는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Zeid Ra’ad Al Hussein) 유엔인권최고대표를 면담하여 북한인권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