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자빔, 타깃 '암세포' 파괴…정상조직 보호
기존 방사능 치료 단점 보완했지만, 병원 단 두군데만 보유
[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 A씨(67세, 남)는 지난해 2월경 동네 병원에서 식도암 2기 진단을 받고, 서울의 B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 끝에 종양크기가 5cm가 넘는 것을 알게됐다. 병원측에서는 다행히 다른 장기에는 전이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방사선과 항암치료를 권유했다. 하지만 부작용이 우려된 A씨는 다른 치료법은 없겠냐고 문의했지만, 의사는 방사선+항암치료가 최선이라고 답했다. 그러던 중 양성자치료가 암 치료에 효과가 좋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 A씨는 양성자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았고, 항암치료 없이 완치 판정을 받았다.
# 40대인 K씨는 서울의 C대학병원에서 맥락막 흑색종(안구 안쪽의 막에 생긴 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안구를 적출하는 시술이 불가피하다면서, 앞으로 의안을 착용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충격을 받은 K씨는 얼핏 전해들은 양성자치료를 할수 없냐고 물었지만, 담당의사는 예후가 다르지 않다면서 하루빨리 수술할 것을 권했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양성자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상담한 끝에 치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됐고, 양성자 치료끝에 그는 본인의 눈을 지켜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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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X-선치료와 양성자치료의 비교.<사진=국립암센터> |
양성자치료로 암을 극복한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건강보험적용으로 금전적인 부담도 덜하고 효과도 뛰어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 양성자치료기를 보유한 병원은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 등 단 두 곳이 전부다. 그러다보니 일부 경쟁 병원들은 자신들이 양성자치료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어서 인지 환자들에게 이 치료법을 설명하지 않는 등 환자의 진료 선택권을 제한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7일 보건복지부 및 의료계에 따르면 양성자치료는 현존하는 방사선 치료의 기술 중 가장 뛰어난 기술로 평가된다. 양성자치료법은 방사선(X-선)치료의 일종이다. 다만 방사선과 달리 양성자선은 몸 속을 통과하면서 암 부위의 앞에 있는 정상 조직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고, 암 조직 부위에만 에너지를 쏟는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에너지를 쏟은 후 바로 소멸하기 때문에 방사선 노출 시간도 거의 없다. 때문에 기존의 방사능 치료에서 나타나는 식욕부진과 설사, 두통 등의 부작용이 적은 장점이 있다.
또 인체를 투과하는 양성자빔의 세기를 조절해 암세포만 타깃으로 설정, 파괴하기 때문에 의료계에선 '꿈의 암치료기'라 불린다.
김태현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장은 "기존 방서선 치료보다 부작용이 적고 예후가 좋은 것이 특징"이라면서 "예컨대 간암의 경우, 정상 간에 영향을 덜 주고 악성 종양을 타깃으로 쏘여주는 것이 환자의 치료 및 예후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데 이는 기존 방사선치료로는 불가능하지만 양성자치료에서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립암센터는 기존 치료법으로는 더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간암과 폐암, 육종 등의 환자를 양성자 치료로 수명을 연장하는 등 성공적인 시술 사례를 모아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그동안 양성자치료의 가장 큰 단점은 비용이었다. 평균적으로 암 환자는 최소 5~10회의 시술을 받아야 하는데 이 비용만 1000만원이 훌쩍 넘었다. 이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았고,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5년 9월 소아암전체와 성인의 뇌종양, 식도암, 췌장암, 간암 등에 대해 건강보험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건보 적용으로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100만~800만원 수준으로 대폭 낮아졌다.
그럼에도 아직 양성자치료를 문의하는 환자는 그리많지 않다. 단 두 곳뿐인 병원과 게다가 수도권에만 몰려있다보니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정보를 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위 사례처럼 일부 의사들이 근무하는 병원에 치료기가 없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치료법을 외면하는 경우도 더러 발생하고 있다.
양성자 치료기를 보유한 한 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을 찾은 환자 가운데 다른 병원에서 양성자치료에 대해 권하지 않자 스스로 찾아오신 분들이 종종있다"면서 "다 그렇지는 않지만 일부 환자들은 양성자치료가 최선인 환자들도 더러 있었는데 환자에게 이를 권하지 않았다고 해서 의아한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조금만 더 양성자치료를 일찍 받았다면 더 좋은 치료효과가 나타났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남기는 사례도 꽤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 같은 경험을 한 간암 환자 D씨는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에서 간암 진단을 받고 양성자치료법은 어떠냐고 물었지만, 자신에게는 케이스상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면서 "결국 주치의 허락없이 양성자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방문해 꾸준히 치료한 결과 현재 특별한 부작용 없이 종양이 소실된 상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사들이 암 환자의 절실함을 고려해서라도 병원의 이기적인 태도보다는 다양한 치료법을 환자에게 소개하고 선택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