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선두주자들 '독과점' 부담…신생 업체들은 떠안을 빚 만만치 않아
"정부 정책실패가 동화면세점 어려움으로 이어진 것" 지적도 제기
[뉴스핌=함지현 기자] 1세대 시내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이 '계륵'(큰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으로 전락했다.
업계에서 동화면세점의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나지 않고 있다. 면세점의 특성상 매장을 하나라도 더 갖고 있어야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주요 업체들은 일단 눈치만 보고 있는 모양새다.
중소중견기업 몫인 동화면세점을 대기업이 운영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특허권 '남발'로 인해 면세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진 영향도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화면세점<사진=뉴시스> |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가진 주요업체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경영권 매각설이 나오고 있는 동화면세점의 경영권 인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동화면세점은 중소중견 면세점으로 분류되는 반면, 서울 시내면세점은 대부분 대기업 면세점이라는 점에서 오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현재 면세점 특허권을 관장하는 관세청은 중소중견면세점의 경영권이 대기업으로 넘어가게 될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내부 규정을 검토 중이다. 최악의 경우 특허권을 다시 회수해 갈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이같은 불확실성만 해소된다면 각 업체들이 동화면세점에 관심을 보일까. 업계에서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먼저 호텔신라의 경우 가뜩이나 최근 면세점 시장지배적 사업자, 즉 독과점 성격의 사업자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어 향후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중소중견 면세점의 운영권을 맡는다는 게 부담스러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 역시 비슷한 부담을 안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호텔신라는 동화면세점으로 부터 총 50.1%의 지분을 넘기겠다는 내용증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호텔신라는 경영권 인수보다는 빚인 788억원을 상환받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그렇다고 신세계나 HDC신라, 두산과 같은 신규사업자들이 떠 안기에는 해소해야 할 788억원이라는 금액이 만만치 않다. 면세점의 경우 명품유치와 구매력 강화, 마진율 등을 고려하면 매장이 하나라도 많은 것이 유리하지만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최악의 경우 동화면세점이 사업을 접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동화면세점이 정리수순을 밟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업계 경쟁이 심화되면서 업계 재편의 신호탄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동화면세점이 이처럼 코너에 몰린 근본적인 이유가 정부의 정책 실패에 있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동화면세점은 지난 2015년 3225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비교적 나쁘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었다. 지난해 업계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서도 2500억원에서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지 않았겠냐는 추측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깝게는 인근에 신세계면세점이 새로 생겼고, 멀지 않은 거리에 HDC신라면세점, 두산면세점 등이 문을 열면서 대기업에 둘러싸인 꼴이 됐다.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분에 맞춰 매장을 늘렸다면 큰 문제가 없었겠지만 정부가 원칙 없이 특허권을 내주는 바람에 업체 간 경쟁만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서울시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88만명 늘었다며 특허권을 추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100만명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는 "동화면세점 내부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무분별한 특허로 인한 외부 환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됐다"며 "정부가 정책을 펼칠때에는 섬세한 접근과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