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 수사가 합당"...경영차질 우려 높아져
[뉴스핌=이강혁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하면서, 재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총수가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지면 경제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더구나 특검의 다음 수사가 SK그룹과 롯데그룹, CJ그룹 등 재계 주요 대기업집단을 정조준하고 있어,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은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 이형석 기자 leehs@ |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경영계 입장'에서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 수사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삼성그룹에 대해 특별검사의 수사가 진행되고, 입증되지 않은 많은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의견을 표시했다.
경총은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과 관련해 정당한 사법절차를 통해 잘잘못이 엄정하게 가려지기를 바란다"면서도 "의혹이 제기된 배경에는 정치적 강요 분위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이뤄진 측면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속수사는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지금 우리 기업들은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환경 속에서 촌각을 다투어 대응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가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수십년 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하락됨은 물론 기업의 존망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여기에 더해 구속수사로 이어진다면 해당 기업은 물론, 우리 경제의 국제신인도가 크게 추락해 국부 훼손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특히 이건희 회장이 3년째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마저 구속된다면 삼성그룹은 심각한 경영공백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삼성은 물론 향후 이어질 대기업 총수 수사까지, 일련의 특검 정국이 불러올 경영차질에 대한 우려가 깊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이미 각 기업들의 정기인사가 미뤄지고 투자 계획에 차질을 빚는 등 악영향을 호소한 바 있다.
특히 특검 수사로 총수들의 글로벌 경영행보는 발이 묶여 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총수들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과 다보스포럼 등 경제외교 무대를 먼 산 보듯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특검이 수사 확대를 예고하면서 이 부회장은 물론 최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주요 총수들에 대해 출국금지를 한달 넘게 유지하고 있어서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무대에서 뛰는 기업 총수들에게는 크레딧(신용도)이 가장 중요하다"며 "총수 자신이 곧 크레딧인 상황에서, 이래서야 경영활동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 재계팀장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