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심판, 조기 대선…경영 불확실성 증폭
대선 후보들, 일제히 법인세 인상 주장…'징벌적' 증세 경계해야
긍정을 키우고 부정을 줄이는 게 재벌개혁의 정도
[뉴스핌=이승제 선임기자] 연초부터 재계가 떨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들도 좌불안석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조기대선 본격화 등으로 올해 경영여건이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연일 보호 무역주의 행보에 나서고 있고 중국에선 혐한류를 넘어 경제 보복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불확실성. 기업이 가장 꺼리는 단어다. 어려워진다 해도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제어된다면, 최소한 예측 가능하다면 거기에 맞춰 적응하면 된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과 경영인은 몸을 움츠린다. 선뜻 투자에 나설 수 없고 허리띠를 잔뜩 졸라맬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주요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법인세 인상 쪽으로 기울고 있다. '1000만 촛불민심' 앞에서 각 후보들은 '경제 민주화'를 두고 선명성 경쟁에 들어갔다. 어찌 보면 허무하기까지 하다. 법인세 인상은 정부와 정치권에 늘 '계륵' 아니었던가. 올리자니 투자의욕을 꺾을까 부담스럽고, 그냥 두자니 찜찜하지 않았던가. 지난 십 수년간 '낙수효과'를 운운하며 공방을 펼쳐온 쟁점이었다.
그런데 조기대선을 앞두고 법인세 인상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분당을 단행한 개혁보수신당도 가세했다. 법인세 인상이 '커밍아웃' 카드로 쓰이는 모습이다. 탐욕 보수에서 벗어나 '깨따(깨끗하고 따뜻한) 보수'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꺼낸 것 중 하나가 법인세 인상이다.
문제는 일부 야권에서 법인세 인상을 맹목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부양, 국민 삶의 질 향상 등에 돈이 필요한데 부족할 경우 증세를 추진한다. 법인세, 소득세는 규모가 큰 세목이니 이쪽으로 눈길이 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재벌·대기업을 거칠게 몰아치며 '징벌적 성격'의 증세를 추진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게 된다.
기업들이 우려하는 것은 법인세·소득세 인상 자체가 아닐 것이다. 그것을 추진하는 의도, 자신들을 무작정 범죄자로 취급하며 몰아치는 반기업 정서가 가장 두렵다고 말한다. 시선을 정경유착이 자행됐던 과거에 못박고 기업들을 몰아친다면, 그 대가는 기업 미래의 퇴행일 뿐이다. 이 보다는 과거에 대한 반성을 전제로, 기업들이 헤쳐나갈 미래에 시선을 두는 게 어떨까. 기업 생태계를 파괴하는 공룡에서 중소·벤처기업의 성장과 글로벌 진출을 돕는 맏형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어떨까.
긍정을 키우고 부정을 줄이는 것, 이것이 재벌 문제에 접근하는 원칙이 돼야 한다. 지금까지 한 행위가 밉다고 마냥 윽박지르기만 하면 문제가 제대로 풀릴 리 없다. 소(小)를 버리고 대(大)를 선택할 때다. 촛불 민심 속에서 대뜸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부터 외치는 건 선명성 경쟁일 뿐 문제 해결의 길이 아니다. 시선을 과거에 붙들어두면 현재의 발걸음이 꼬이고 미래의 삶이 엎어진다.
[뉴스핌 Newspim] 이승제 선임기자(openeye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