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약세 유도 정책 트럼프에 막힐 수도"
"TPP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미·일 동맹 관계 불확실"
[뉴스핌= 이홍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 정책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전문가들이 일제히 경고했다. 엔화 가치를 하락시켜 수출 기업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아베노믹스'가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 기조로 어려움에 빠질 것이란 분석이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10일 미즈호증권의 우에노 야스나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아베노믹스에 중요한 순간이다"며 "거대한 정치적 장애물이 갑자기 눈앞에 떨어졌다"고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했다.
전문가들은 전날 시장의 반응을 통해 이미 트럼프에 대한 아베노믹스의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전날 도쿄 외환 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2% 넘게 급락(엔화 강세)해 101엔 초반까지 내려갔다.
이날 달러/엔은 지난 7월 수준으로 다시 오른 상태지만 트럼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증폭될 경우 언제든지 다시 급락할 수 있다.
엔화 강세는 이미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아베노믹스에 치명적이다. 일본 수출 기업들의 이익을 계속 갉아 먹을 수 있어서다. 올해 엔화 가치는 일본은행(BOJ) 마이너스금리 정책 논란, 브렉시트, 중국 경제 우려 등으로 달러 대비 14%나 오른 상태다.
이에 따라 BOJ의 대규모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필두로 한 아베 총리의 경제 정책이 트럼프의 등장으로 다시 궁지에 몰리게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는 선거 전부터 엔화를 약세로 몰고가는 일본에 대해 환율 조작국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UBS그룹의 아오키 다이주 이코노미스트는 "만일 달러/엔이 95 또는 90엔으로 빠르게 하락하면 일본은 환시 개입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트럼프는 이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상황은 BOJ에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 "TPP 재협상 불가피…미·일 동맹관계 불확실"
아베 총리가 추진해왔던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도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TPP는 환태평양, 아시아, 오세아니아 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이다. 현재 TPP는 각 회원국의 의회 비준만 남겨 놓은 상태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TPP의 필요성에 대해 강하게 주장해왔다. 그의 경제 정책 중 핵심인 구조개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TPP 뿐만 아니라 미국과 맺은 모든 자유무역협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당선 전부터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야스나리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으로써 TPP의 재협상은 불가피하다"며 "불확실성이 글로벌 전반에 퍼져있다. 미국과 일본의 동맹 관계에 대한 재평가 여부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BOJ의 통화정책 한계와 트럼프의 정책 기조를 감안할 때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은 재정 부양책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역시 국가 부채를 축소하려는 정부 노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선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가 급진적인 행동을 보이면 의회가 제동을 걸어줄 것이란 분석이다. 다이와 증권의 노구치 마이코 이코토미스트는 "트럼프가 말했던 급진적이고 보수적인 공약들은 현실화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