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주기펀드, 삼성운용 이어 한국운용도 진출
[뉴스핌=이에라 기자] 30대 김 대리와 50대 이 부장의 연금 포트폴리오가 같을 수 없다. 은퇴까지 남은 시간과 앞으로 벌 소득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젊은층은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고, 중년층은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야한다.
이렇게 생애주기에 맞춰 주식과 채권 등 투자 비중을 자동으로 배분·관리해주는 TDF(타깃데이트펀드, 생애주기펀드)을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준비하고 있다. 이미 미국의 TDF 규모는 900조원(지난달말 기준)에 달한다. 미국 기업의 퇴직연금 중 자동투자상품(디폴트옵션) 중 TDF 도입률은 86%(2014년)로 2009년 대비 20%포인트 이상 늘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미국 TDF 전문 자산운용사 '티 로 프라이스'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티 로 프라이스'는 미국 타깃데이트펀드 운용부문 3위다.
한국운용은 한국 투자자에게 적합한 TDF를 만들기 위해 2년여전부터 조직을 개편했다. 2014년 1월 장기투자상품 전문 운용팀인 투자솔루션 본부를 신설했고, 작년 10월 경에는 퇴직연금 전담부서를 세웠다.
이에 앞서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4월 업계 최초로 한국형 타깃데이트펀드 6종을 출시했다. 미국에서 타깃데이트펀드를 운용 중인 캐피탈 그룹과 손잡고 한국인의 평균수명이나 근무기간, 임금상승률 등을 적용해 한국인의 생애주기에 최적화된 자산배분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캐피탈그룹의 11개 펀드에 분산투자해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은퇴가 가까울 수록 성장주 투자 비중을 줄이고 배당주늘 늘리는 방식의 투자도 한다.
타깃데이트펀드는 단순히 금융자산만 가지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던 과거와 달리 미래 지급받을 월급 즉, 인적자산을 고려해 생애주기 맞춤형 투자에 나선다.
만약 30대 젊은 투자자라면 축적된 금융자산보다 미래 월급이 더 많지만, 40대나 50대 직장인이라면 미래 받을 월급보다 금융자산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타깃데이트펀드는 투자자 은퇴시점과 생애주기를 고려해 선택할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내놓은 TDF 펀드 이름은 2020·2025·2030·2035·2040·2045 등으로 구분된다. 숫자가 클수록 주식투자 비중이 높다.
펀드를 고를 때는 투자자의 출생연도에 정년퇴직연령인 60을 더해 나오는 숫자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1984년에 태어났다면 2044인데, 적극적 투자자라면 이보다 숫자가 더 큰 2045를 택하고 보수적이라면 2040에 투자하면 된다. 2045는 20대~30대를 대상으로 한 은퇴까지 30년 정도 남은 가입자들이 주 투자대상이다. 가입 초기에는 주식 투자 비중이 약 79% 정도고, 10년 후엔 68%, 20년 후엔 42%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오원석 삼성자산운용 연금영업팀장은 "타깃데이트펀드를 처음 가입했을 때는 주식 투자 비중이 높고 은퇴할 때 쯤엔 비중이 30%까지 떨어진다"며 "펀드의 운용 기간은 투자자가 은퇴 이후 약 30년 뒤까지"라고 설명했다. 퇴직연금으로 투자할 경우 Cp클래스, 개인연금저축 투자자라면 C-P클래스를 택하면 된다. 이들 펀드는 모두 달러/원 환율에 대해 환헤지 전략을 활용한다.
삼성자산운용은 은퇴한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2015펀드도 출시 준비 중이다. 이달 출시될 2015는 채권 비중이 75% 정도로 높다. 주로 채권은 글로벌 국채, 우량한 회사채 등 안정성 위주로 배당주를 담게 된다. 은퇴자는 물론 안정성을 원하는 보수적 투자자도 가입할 수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삼성운용의 한국형타겟데이트펀드 시리즈 전체 설정액은 471억원이다. 주식 투자 비중이 가장 큰 2045의 3개월 수익률이 4.06%로 가장 높다. 출시 초기 4곳에 그쳤던 판매사는 30곳으로 8배 이상 뛰었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판매사 각각 17개, 13개이다.
오원석 팀장은 "장기투자할 때 글로벌 자산배분과 적절한 리밸런싱, 생애주기를 고려해야 한다"며 "이 같은 장점이 다 모여있는 타깃데이트펀드는 연금이라는 장기투자에 적합한 상품으로 앞으로도 시장이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