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것이 알고싶다'가 엄궁동 2인조 사건의 진실을 추적한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
[뉴스핌=이현경 기자] '그것이 알고싶다'가 문재인 변호사를 비롯해 당시 엄궁동 사건의 수사 관계자들과 만나 사건의 진실에 대해 파헤친다.
10월1일 방송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자백과 고백, 그리고 거짓말 - 엄궁동 2인조 사건의 진실 편으로 꾸며진다.
1990년 1월4일 부산 낙동강변 엄궁동 555번지 갈대숲에서는 참혹한 모습의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수습된 시신의 신원은 인근 지역에 살 던 박씨, 그는 사건 바로 전날까지 한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던 직원이었다.
현장에서는 박씨의 시신 외에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그 어떤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목격자인 박 씨의 직장동료 또한 밤이 어두워 범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고 했다. 그가 기억하는 유일한 사실은 범인 중 한 명은 키가 컸고 또 다른 한명은 키가 작았다는 것. 당시 낙동강변에서 잇따라 발생한 여러 건의 강도 상해 사건들의 범인들과 매우 흡사했다. 악명 높은 이른 바 '엄궁동 2인조'가 저지른 또 다른 강력 사건일까.
그런데 사건 발생 2년 후 엄궁동 사건의 용의자들이 전격 검거됐다. 당시 경찰은 체포된 사람들은 2인조이고 낙동강 주변에서 경찰을 사칭하며 돈을 갈취하고 다녔던 전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 명은 키가 컸고 다른 한 명은 키가 작았다며 엄궁동 일대 연쇄 강력 사건 용의자에 대한 목격담과도 들어맞았다.
무엇보다 담당 수사관은 두 남자에게 수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엄궁동 사건은 직접 증거가 없는 사건이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이 친구들을 보고서 엄궁동 살인사건과 관련됐을지 모르겠다고 직감했다. 그래서 물었더니 바로 자기 입으로 얘기하는 거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2인조에 대한 조사과정에 이상한 점이 있다. 10여 차례가 넘는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범행과 관련된 진술을 두 사람이 끊임없이 반복했다. 누가, 왜,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박씨를 죽였는지 사건의 기본적인 사실에 대한 진술조차 조사 초기에는 일관성 있게 나타나지 않았으나 어느 시점부터 두 사람의 진술이 정리된 정황이 있었던 것이다.
최종 수사 결과, 검거된 두 사람 중 체격이 큰 최씨가 각목으로 피해자 박씨를 구타한 후 키가 작은 장씨가 돌을 이용해 살해한 것으로 확인됐고 두 사람은 살인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항소와 상고를 거쳐 대법원에서도 판결은 번복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21년 후 두 사람은 감형을 받고 출소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미 형기를 채우고 출소한 그들은 오로지 진실만을 밝히고 싶다는 입장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이른바 엄궁동 사건의 2인조 범인인 최씨와 장씨가 재판이 시작된 후부터 20년 넘게 일관되게 주장한 내용의 실체를 파악해보기로 했다.
두 사람의 무죄를 확신한다며 변호를 맡았던 사람은 당시 부산에서 활동했던 문재인 변호사다. 그는 사건을 생생히 기억한다며 특히 장씨가 강력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고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게 강조했다.
사건담당 변호사였던 문재인은 "장씨는 당시에 시력이 아주 나빴다. 그런데 범행 장소는 완전 돌밭이었다. 게다가 그날은 답도 없는 캄캄한 그런 밤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쫓고 쫓기는 식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을 때 다름의 확신을 가졌다"고 전했다.
장씨의 시력으로는 범행 자체가 불행하다는 것이 문재인 변호사의 주장이다. 장씨의 시력이 장애에 가까울 정도로 나빴다는 건 최씨도 알고 있던 바.
그럼에도 그는 수사과정에서 장씨를 엄궁동 살인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다른 사건 용의자로 먼저 체포된 최씨가 형사들로부터 이른 바 '공사'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씨는 이미 혐의를 인정했으니 최씨도 혐의를 인정하면 가혹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속임수, 일명 '공사'에 넘어간 것이다.
엄궁동 2인조 최씨는 "자기들이 (조서를)써오더라. 공사 안 당할라거든. 이대로 읽으라고. 우리 주임님이 묻거든 이대로 답만해줘라"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엄궁동 사건의 수사기록을 면밀히 재검토하고 당시 수사를 맡았던 문재인 변호사 등 당시 사건과 과련된 주변 인물들을 찾아 엄궁동 2인조의 23년 전 자백과 오늘의 고백 중 무엇이 다른지 알아본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1일 밤 11시10분 방송된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