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회사·무능한 정부..컨트롤 타워도 부재
[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한진해운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국내 1위 선사의 회생절차 돌입으로 물류대란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우왕좌왕하며 회사만 압박하고 있고, 한진은 그런 정부의 닦달에 마지못한 시늉만 하는 모습이다.
7일 관가 및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물류대란 우려가 정부와 한진 측의 기싸움으로 번져가고 있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에 조양호 회장 사재 400억원을 포함, 총 1000억원을 그룹 자체적으로 조달해 지원키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한진해운 컨테이너 하역 정상화에 나선다는 것이다.
채권단의 추가 지원 요구에도 법정관리를 불사하면서까지 꿈쩍않던 한진이 계속되는 정부 압박에 일단 손을 든 양상이다.
한진그룹은 법정관리 이전처럼 채권단이 지원하면 5000억원을 내놓을 수 있다는 조건부 지원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채권단은 무리한 요구라며 지원불가 입장을 고수했었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한 관계자는 "한진으로선 현실적인 선택이었다고 본다"며 "동생 회사가 유동성 위기를 겪자 대한항공을 통해 지원하면서 넘겨받은 건데, 그 후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아깝긴 하겠지만, 들고 있다간 대한항공까지 무너질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일호 부총리(왼쪽)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뉴스핌 DB> |
한진 측의 자구 노력을 강조하며, 마른수건 쥐어짜듯 한진을 비틀어온 정부로선 한숨 돌릴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한진해운 위기설이 나오면서부터 법정관리에 이르기까지 뒷북 대응으로 일관한 정부가 이를 놓고 생색내긴 민망한 상황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설마 정말 한진해운을 버리겠나' 식의 안이한 생각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지금 와선 (한진해운을)살리라는 것보다 당장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정도 아니겠나"라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기업구조조정 협의체를 가동하는 등 부실산업에 대한 우려가 나온 지 오랜데도 불구, 정부는 지금껏 전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구조조정 컨트롤 타워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도 구성한 정부다. 그보다 앞서 올 4월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해운업을 콕 찍어 "정상화 방안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비상계획을 준비하겠다"고까지 했다.
그럼에도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정부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지난 4일 부랴부랴 관계부처를 동원, '정부합동대책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혼선 투성이일 뿐이었다.
한진해운 지원과 관련해 최상목 기재부 차관은 정부의 지급 보증 의사가 없다고 못박은 반면,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공익채권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지원 의사를 시사한 게 그 단면을 보여준다. 이는 지난 5일 오후 불과 1시간여 차이를 두고 열린 두 브리핑에서 벌어진 일이다.
컨트롤 타워가 있는지도 알 수 없을만큼, 정부는 여전히 무기력했다.
이와 관련 최상목 기재부 차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구조조정의) 전체적 체계는 부총리 중심의 관계장관회의가 컨트롤 타워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한진해운 건은) 컨트롤 타워 이슈라기보다 정보 이슈로, 대응을 위해서는 운항정보 등을 갖고 시뮬레이션하고 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앞선 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욕을 많이 먹지 않았나"면서 "(한진해운으로 인해) 또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될테니, (정부도)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