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2, 남성복 시장서 철수...후발주자는 브랜드 강화
[뉴스핌=전지현 기자] 국내 남성복 시장에서 업체들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업계 수성의 업체들이 잇따라 남성복 시장 철수를 진행중인 반면, 후발주자들은 남성복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 이들의 엇갈린 행보가 눈길을 모은다.
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연매출 1조원 이상의 '빅2' 패션업체인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LF는 남성복 시장 철수를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30대 젊은 남성을 타깃한 론칭 21년차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를 접었다. 또 남성복 '로가디스' 프리미엄 라인 '로가디스 컬렉션'을 주력 브랜드 '갤럭시'로 통합한다. 중저가라인인 '로가디스 그린'은 '로가디스 스트리트'로 흡수·재편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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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코모도스튜디오', 삼성물산 패션부문 '엠비오'> |
LF 역시 올해 초부터 남성복 '일꼬르소' 매장을 백화점에서 철수시키고 온라인 전용으로 돌렸다. 그동안 백화점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됐던 남성복의 온라인화는 사실상 사업 종료와 같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LF는 남성정장 브랜드에서 오랜 역사와 정통성을 갖춘 업체들. 이들 패션업체들이 남성복 브랜드를 정리하는 이유는 부진한 실적 타개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올 상반기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매출액 9159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의 지표가 되는 영업이익은 87억원을 올리는데 그쳤다. LF의 상반기 매출 역시 699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매출액 7208억원에 비해 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 줄어든 460억원까지 떨어졌다.
현재 남성복 시장은 2011년 정점을 찍은 뒤 지속 하향세다. 지난 2010년 6조2321억원이었던 남성복시장규모는 이듬해 6조8668억원까지 올랐지만 지난해 3조9822억원로 내려앉았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시즌 남성복 구매율은 29.5%로 지난 2010년 같은 기간 구매율 32.3%보다 2.8%p 하락했다.
특히, 남성복 브랜드 사업에서 정장시장은 수요가 감소하는 최고 위기로 지적된다. 백화점 남성복층을 구성하는 주요 브랜드들의 2010년 매출 비중은 전체 9.4%에서 2015년 7.0%로 5년 새 2.4p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남성복과 정장 시장 수요가 감소하는데 영업 부진을 면치 못하는 두 기업이 사업 재편의 일환으로 시장성이 없는 라인을 정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트렌드가 정장보다는 일상에서 생활하기 편한 실용적인 캐주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은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며 남성복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이들이 기존 정장라인을 젊은 감각을 가미한 브랜드로 발빠르게 체질개선한 결과, 매출 증대 효과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2012년 ‘코모도스퀘어’를 인수한 뒤 브랜드를 리뉴얼했다. 20~30대 캐주얼 라이프스타일 의류를 메인으로 젊은 감각의 고가 제품을 선보인 결과, 2013년 250억원이던 코모도스퀘어 매출은 지난해 330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38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에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달 2030세대를 겨냥해 ‘코모도스퀘어’에 이은 두번째 남성복 브랜드 ‘코모도스튜디오’를 론칭했다. 남성 정장 비중은 25%로 다른 남성복 브랜드보다 낮은 편이지만, 캐주얼 의류를 70%로 늘렸으며 다양한 잡화도 판매할 계획이다.
오는 9월에는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중저가 남성 멀티숍 브랜드 '맨온더분'(Man on the Boon)을 '스타필드 하남' 2층에 선보인다.
지난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후 브랜드 개편을 마친 한섬은 올 상반기 타임옴므와 시스템옴므 등의 남성복군 매출이 20%대 고성장을 기록했다. 한섬은 9월, 현대홈쇼핑 전용 남성 패션 브랜드인 ‘모덴 옴므’를 론칭한다. 지난해 9월에 선보인 홈쇼핑 전용 여성복 브랜드 ‘모덴’과 ‘모덴 옴므’의 올해 매출 목표를 200억원으로 세우기도 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젊은 고객층 사이에서 각 잡힌 정장이 아닌 캐주얼한 비즈니스 정장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