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vs ‘집중’, 불황 늪에 빠져 자구책 마련 ‘안간힘’
[뉴스핌=전지현 기자] 성장 정체에 빠진 국내 패션업계가 돌파구를 찾느라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그 돌파구로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사들이기도 하고, 힘을 잃는 브랜드를 버리기도 한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도높게 구사하는 중이다. 또, 중저가 라인을 론칭하거나 렌탈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의 업체들의 생존 경쟁력 확보 전략이 발빠르게 전개되는 분위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불황에 시달리던 패션업체들은 ‘생존전략’으로 브랜드 사업분할 등의 구조조정을 펼치며 살길을 도모하는 분위기다. 특히, 아웃도어업체들은 패션업계 부진 속 ‘나홀로 호황’을 누리던 시절, 중복되더라도 ‘일단 하고보자’라던 전략을 버리고 사업철수라는 극단적 선택까지 하고 있다.
패션·상사 전문기업 LS네트웍스는 지난달 약 7년간 전개하던 신발브랜드 ‘스케쳐스’ 사업부를 물적방식으로 분할하며 브랜드 정리에 나섰다. 스케쳐스 비상장법인명은 '스케쳐스코리아'로 오는 9월1일 별도법인으로 신설된다.
이보다 한달여 앞선 지난 6월, 패션그룹형지 역시 골프사업부문 ‘까스텔바쟉’을 분할해 별도 법인 자회사로 떼어내기로 결정하고, 연내 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하는 브랜드로 육성할 방침임을 밝혔다. 형지는 이미 5년동안 전개하던 아웃도어브랜드 ‘노스케이프’ 온라인 사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아웃도어브랜드는 1~2년 전부터 ‘사업 중단 선언’이 이어진다. 휠라코리아는 지난해 아웃도어 사업을 접고 종합 스포츠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올해 '스타일리시 퍼포먼스 브랜드'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겨울을 마지막으로 ‘살로몬’ 판매를 중단했으며 여성복 PAT로 유명한 평안그룹은 이번 여름을 끝으로 ‘오프로드’ 사업을 접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현재 패션기업들은 성장보다 수익성 방어라는 숙제해결이 더 시급하다”며 “‘안 되는 것은 버리고 되는 것에 집중’하는 체질 변화가 경기 불황 속에서 악화된 수익성을 만회하는 최선책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 불황을 기회로 삼아 몇몇 업체들은 신규 라인 혹은 서비스로 타깃 층을 넓히거나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스포츠 캐주얼 ‘올포유’와 골프웨어 ‘캘러웨이’를 전개하는 한성에프아이는 최근 프랑스 패션 언더웨어 브랜드 ‘풀인’을 론칭한데 이어 골프웨어 ‘레노마스포츠’ 선보였다. 한섬은 지난 5월 대표브랜드인 시스템의 캐주얼 라인을 론칭, 기존 제품 대비 20% 낮은 ‘중저가 라인’로 등장시켰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셔츠 전문 브랜드 '셔츠바이시리즈'는 지난 6월 셔츠 렌탈 서비스를 선보였고 한세실업, 세아상역, 영원무역, 시몬느 등 생산력을 갖춘 패션 OEM 기업들은 자체 브랜드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다만, 침체기를 걷는 아웃도어 시장은 ‘지금부터’라는 시각도 있다. 머지않은 시일 안에 무분별했던 브랜드가 정리되며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아웃도어 업체들은 자사의 아이덴티티인 아웃도어 사업을 접기보다 디자인을 앞세운 ‘도심형 아웃도어’부터 I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웨어’까지 선보이며 ‘탈바꿈’을 전략을 전개하는 중이다.
세정은 아웃도어 브랜드 센터폴은 스포츠·라이프스타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봄부터 선보인 스포티즘 라인인 ‘CPX’를 올해부터 전체 스타일의 10% 수준에서 약 40% 수준으로 확대했다.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는 지난 4월 세계적인 아웃도어 디자이너 올리비에 드레본과 협업한 프리미엄 시티 아웃도어 캐주얼 `RSC 라인`을 론칭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메르스에 이어 올해 경기불황까지 국내 패션업계가 장기적인 늪에 빠진 상태“라며 ”최근 패션기업들은 라인을 확장하거나 골프웨어나 골프웨어와 애슬레저(Athleisure·스포츠웨어와 일상복의 경계를 허문 옷)로 눈을 돌리는 등 생존을 건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 부진에 빠져 이를 버티지 못하는 기업들이 브랜드 전개를 중단한다는 소식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