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부족·고용불안·격차확대 등 해소
[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우리나라 기업들의 임금체계 개편이 시급해 보인다. 기업들이 주로 채택하고 있는 호봉제가 저성장과 고령화, 글로벌 경쟁 심화 등 환경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17일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임금체계 개편의 방향과 방법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이다.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100인 이상 사업체 가운데 약 65.1%가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다. 전년(72.2%) 대비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지배적인 임금체계는 호봉제다.
이러한 호봉제는 일자리 부족과 고용불안, 격차확대 등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매년 자동으로 오르는 연봉으로 인해 기업에 부담을 줘 새로운 사업과 신규 채용 등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자료=고용노동부> |
우리나라 기업들이 호봉제를 도입한 것은 1960년대다. 당시에는 기업 환경상 지금과는 달리 비교적 연공성이 약했다. 주로 생산직 보다는 사무직에서 호봉제를 주로 도입했으며, 승급의 상한선이 설정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당시 호봉제가 불공평한 인사와 임금체계를 유도한다는 우려로 일부 기업들은 직무급을 도입하기도 했다. 다만 1980년대 들어 노동조합의 권리가 강화되자, 이들은 기업들 전반에 호봉제를 확산시켰다. 당시 미국과 일본 등은 우리나라 처럼 처음에 호봉제를 도입했다가 문제점이 확산되면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상황이었다.
현재 미국과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은 호봉제가 아닌 직무급 및 성과제를 도입하고 있다. 호봉제로 연공성이 견고해지고, 기업의 저성장을 유도 및 목표 이상의 실적을 내는 직원들의 사기 저하 등 불공평한 임금체계가 사회문제로 부각되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임금체계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대기업 가운데 LG이노텍과 SK하이닉스 등이 성과제 도입을 완료했고,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해 호봉제 폐지에 합의하고 새로운 임금체계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이들은 임금체계를 개편하면서 근로자 등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사측과 근로자가 한발씩 양보한 사례로 꼽힌다.
이에 고용부는 이번 가이드북에 이들의 사례를 들어 임금체계를 개편할 때 사측의 일방적인 통보보다는 근로자들과의 충분한 교감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직무특성을 고려한 체계적인 임금체계를 만들어 근로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금체계를 반대하는 근로자들 대부분이 '관련지식 부족', '동종업계 임금정보 부족' 등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임서정 고용부 노사협력정책관은 "임금체계 개편을 유도하는 것은 일건비 절감이 아닌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노사가 더 큰 성과를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이번 가이드북이 임금체계 개편에 이해도를 높여 성공적으로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