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 보호무역 가속에 수출둔화 가시화
미국-중국 간 상호견제도 한국에 불똥 우려
[세종=뉴스핌 조동석 기자] 보호무역 파고가 거세다. 한국 철강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폭탄에다 우리의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무역보복 우려까지 한국의 대외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특히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나홀로 성장’과 ‘중속 성장’으로 각각 성장궤도를 수정하면서, 우리 제품의 해외수요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경기침체 여파로 철강·화학 등 공급과잉 품목을 중심으로 수입규제 움직임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 제품은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이다.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미국은 최근 보호무역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8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미국 경제를 저해한 ‘깨진 약속’(the broken promise)의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미 FTA)는 너무나 많은 미국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준 지켜지지 않은 약속의 완벽한 실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가 비난 수위를 높이자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도 불공정 무역협정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며 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나부터 살고 보자’라고 진단한다. 과거 미국은 신흥국의 ‘성장 엔진’이었다. 하지만 사정은 달라졌다. 특히 경제위기 때마다 미국에선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무역보복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우리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은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데다 사드 갈등으로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보호무역은 자국의 안보위협 우려에 대한 중국의 효과적인 대응수단이 된 것이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 간 통상갈등이 심화하면서 한국 양대 수출시장의 무역장벽 강화가 우려되고 있다. 미국·중국 간 상호 견제의 불똥이 한국에게 튈 수 있다는 우려섞인 분석이다.
<자료=WTO, 한국은행> |
이웃나라 일본은 자국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문을 잠그고 있다. 엔화 가치를 떨어지며 기업들이 경쟁력을 회복하자, 자국 상품으로 수입을 대체했다. 그러나 최근 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엔화 가치 상승으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아베노믹스 회생을 위해 취임 후 최대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EU 역시 한국산 PTA(고순도 테레프탈산)에 대한 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이처럼 4대 경제권은 보호무역의 장벽을 더욱 높게 쌓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에게 대체시장이 없다는 점이다. G2에 갇힌 한국은 일본과 EU의 공세에도 시달리고 있다.
7월말 현재 대한(對韓) 수입규제는 31개국 총179건(규제 중 132건, 조사 중 47건)이다. 인도(32건), 미국(23건), 중국·브라질(각 11건), 터키․ 인도네시아(각 10건) 등이다. 품목별로 보면 철강금속(87건), 화학공업(48건), 섬유(14건), 전기전자(8건) 등이다. 공급 과잉 품목이다.
[뉴스핌 Newspim] 조동석 기자 (dsch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