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채권브로커들 "업무가중" 토로…증권株, 여전히 '훨훨'
[뉴스핌=우수연 기자] 증권 거래시간 연장 첫 날, 이렇다 할 효과는 없었다. 한국거래소가 예상한 유동성 효과를 체감한 이들은 찾기 힘들었다. 대신 시장 플레이어들은 업무시간이 30분 늘면서 퇴근시간만 늦어졌다며 볼멘소리를 이어갔다.
한국거래소는 오늘부터 증권 정규시장의 매매거래시간을 30분 연장하고, 시간 외 시장의 매매거래시간은 30분 단축했다. 정규시장은 오전 9시에 개장해 오후 3시30분에 거래를 마치며, 시간외 시장은 3시40분에서 오후 6시까지 거래된다.
이로써 총 거래 시간은 미국과 같은 6시간 30분으로 늘어나게 됐다. 중국·홍콩·싱가포르·인도 등 아시아 시장 거래 시간과 겹치는 시간이 30분씩 확대됐다. 정규시장 거래에 해당하는 증권은 주식·채권·ETF·ETN·신주인수권증서 및 증권·수익증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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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거래소> |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거래량(코스피+코스닥)은 전 거래일(8조7600억원)이나 지난주 일평균 거래량(8조)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8조3500억원을 기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분명 거래시간 연장으로 (거래량 증가) 효과가 있긴 하겠지만 30분 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중국 시장이 장 막판에 변동성을 키우면 우리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증시와의 상관성은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거래량 증가로 수수료 수입 증가를 생각하면 증권업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며 "하지만 최근 미국 경제지표 부진, 2000선을 넘긴 코스피지수 등을 감안하면 추가 매수가 나오긴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어 거래량이 생각보다 크게 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적어도 8월말까지는 시장 동향을 지켜보고 월간 거래량 지표가 나와야 거래시간 연장의 효과에 대해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 연구원은 덧붙였다.
이날 증시 거래시간은 30분 연장됐지만 주요 증권사 영업점은 보통때와 같이 4시 또는 4시반 무렵 문을 닫았다. 폐장 시간이 늦어지면서 마감 정리 업무 시간이 줄어든 만큼 직원들은 한결 바빠진 모습이다.
한 증권사 영업점의 직원은 "보통 영업점을 4시 정도면 닫는데 주식시장 매매시간 연장에 따른 연장근무 등 공문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며 "아직까지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도 업무 부담이 늘었다. 주로 장외거래로 이루어지는 채권 시장은 따로 마감시간이 없지만, 장내채권 마감시간이 30분 늦춰지면서 전반적인 업무가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결국 퇴근시간을 맞추기 위해 짧은 시간에 업무를 처리해야 하고, 거래량 증가보다는 결국 책상앞에 앉아있는 시간만 30분 늘어났다는 불만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증권사 한 채권브로커는 "채권 장외거래는 늦게는 5시가 넘어서도 거래되는 경우도 있는데, 전반적인 마감시간이 늦춰지다보니 결제업무 담당자들은 아무래도 퇴근 시간을 맞추기 위해 빡빡한 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현 삼성선물 연구원은 "어차피 매매가 집중되는 시간이 장 초반과 마감시간이라 거래량이 의미 있게 늘어나긴 힘들다. 딜러들 업무강도만 높아질 것이란 지적이 있다. 더욱이 마감시간이 런던 개장 시간 등과 일부 겹치면서 장 후반 변동성 확대 우려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증권가에선 거래 시간이 늘면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이익도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 증권주를 긍정적으로 꼽고 있다. 개인 브로커리지 시장 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 주가는 이날 3개월여만에 이틀 연속 8만원대를 터치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간대별 거래대금 비중을 살펴보면 주로 장 초반과 장 종료에 집중돼 있다"며 "따라서 장 종료시간이 30분 연장됨에 따라 단기적인 거래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주식거래대금이 일평균 6.4%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매매거래시간 확대로 증권사 ROE가 0.74~0.87%p 개선될 전망"이라며 "최근 일평균 거래대금이 7-8조원 수준에 머물고 있으나 거래시간 연장 이후 장기적으로 9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