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력 계열사 매각 및 인력감축..업황 회복이 '관건'
[뉴스핌=조인영 기자] 자구안을 확정한 조선 빅3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선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회사 및 자산 매각과 함께 인력 감축을 진행해 앞으로 3년간 10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으로부터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잠정 승인 받았다. 회계법인 실사가 마무리되면 오는 7월엔 최종 승인될 전망이다.
'빅3' 조선소 전경. 왼쪽부터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사진=각 사> |
현대중공업이 제출한 자구안엔 비주력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과 하이자산운용, 현대선물 등 금융계열사를 올해 안에 매각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한 지게차·태양광·로봇 등 사업 분야 등을 분사하고 임금 반납과 연장근로 폐지, 비핵심업무 아웃소싱, 인력 조정 계획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현대중공업은 2년 뒤인 2018년까지 현재 8조5000억원(연결 기준 13조원)가량의 차입금을 2조원 이상 줄여 6조원대로 낮추고, 부채비율도 134%(연결 기준 218%)에서 100% 이하로 축소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현대중공업의 자구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해외수주 등 영업활동에 타격을 입지 않도록 승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은도 1조5000억원 규모에 대한 자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거제삼성호텔 등 부동산과 보유주식 매각, 인력감축 등이 담겼고 회계법인 실사과정을 밟기로 했다.
추가 자구안 제출을 앞두고 있는 대우조선은 자회사 매각, 자본확충, 인력 축소 등을 중심으로 5조원 가량을 확보하기로 했다.
대우조선은 자회사 14곳을 단계적으로 매각하거나 청산하고 비업무 자산 매각한다. 서울 본사를 옥포로 이전하며, 매출 10조원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폴로팅도크 2기를 매각한다. 성과 연동제를 중심으로 한 임금체계도 개편한다.
현대와 삼성에 이어 대우조선의 자구안도 차례로 승인되면 회계법인 등의 실사를 거쳐 조선산업의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하나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3일부터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8주 일정의 경영진단 실사를 진행중으로, 정확한 진단은 내달 중순께 나올 예정이다.
실사는 현대중공업의 경영개선계획에 대한 현실성을 판단하는 것이 주 목적이어서 별 무리 없이 오는 7월엔 최종 승인이 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과 채권단도 삼정회계법인에 의뢰해 진행한 스트레스테스트(재무 안정성 평가) 결과를 놓고 세부내용을 조율중이다. 채권단은 대우조선의 추가 자구안을 바탕으로 최종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업계는 조선 3사가 최대한의 자구노력을 내놓은 만큼 기업과 정부, 금융권이 협력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양금승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각 조선사들이 뼈를 깎는 아픔을 각오하면서 자구노력을 세운 것이 차질없이 진행되려면 정부와 금융권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조선사들은 각사에 특화된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회사를 살릴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업황 회복이 더딜 경우 추가 자구안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동익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해 4월까지 글로벌 신조선 발주는 389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2014년 동기 대비로는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조선/해양부문 올해 수주도 전년 동기 대비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업황개선이 전제되지 않으면 이번 자구안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