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레스터시티 vs 첼시... 해고 당했던 라니에리(사진), 트로피 들고 ‘영욕의 땅’에 다시 서다. <사진= 레스터시티 공식 홈페이지> |
[EPL] 레스터시티 vs 첼시... 해고 당했던 라니에리, 트로피 들고 ‘영욕의 땅’에 다시 서다
[뉴스핌=김용석 기자] 라니에리 레스터시티 감독이 '드디어' 첼시 홈구장에 다시 선다.
마치 누가 올 시즌 깜짝 드라마를 예견이라도 한 듯 레스터시티의 마지막 경기는 라니에리 감독의 '영욕의 땅' 첼시 스탬포드 브리지 구장에서 펼쳐진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첼시를 인수한 직후인 2004년, 라니에리는 자신의 에이전트가 휴가 중인 상황에서 구단주에게 호출되어 책상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당시 새로 부임한 첼시 단장 피터 캐년은 부임 직후부터 라니에리를 내보내기로 결심한 상황이었고 아침 회의 자리에서 대놓고 그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이 때문에 라니에리 감독은 지금까지도 피터 캐년의 이름은 언급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첼시는 여러 감독에게 감독직을 제안했고 그 중 한 사람인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은 공공연하게 자신이 첼시 감독으로 간다고 떠들고 다녔기 때문에 라니에리는 이미 모든 상황을 예견하고도 남았다.
2004년 그렇게 잔인하게 쫓겨난 라니에리는 2000년 첼시에 입성할 때도 역시 환영 받지 못했다. 그리스 대표팀 감독에서 경질된 직후 레스터시티에 부임할 때 환영 받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경기장에서 팬들은 전임 감독인 비알리의 이름을 외쳤고 그의 이름인 클라우디오를 '클라우니오(Clownio, 광대)'라고 부르며 라니에리의 짧은 영어 실력을 조롱했다.
그러던 팬들도 마지막에는 아브라모비치의 잔인한 처사에 항의하며 런던 지역지인 런던 이브닝 스탠다드와 함께 '라니에리 감독 구하기'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당시 첼시 중역이었던 트레버 버치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라니에리는 축구에 관한 것은 운동장 구석구석까지 모든 것을 꼼꼼히 다 따지지만, 나머지는 다 내게 맡기고 일절 관여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라니에리가 감독을 맡은 팀에서 좋을 때도 있었고 실패할 때도 있었지만 첼시에서는 그만하면 나쁘지 않았다. 전에는 리그 6위였던 팀이 챔피언스리그에도 진출했다. 심지어 라니에리는 그 해에 새 선수를 영입하지도 않았다. 아스날에 밀려 2위로 시즌을 끝내긴 했지만 당시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찾던 정말 완벽한 감독은 바로 이미 자신의 수중에 있던 라니에리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트레버 버치는 라니에리 감독의 영입을 반대했던 임원 중 하나였으나 함께 일하며 라니에리 감독을 지지하게 됐고 역시 라니에리와 함께 피터 캐년에게 밀려 쫓겨났다.
이어 트레버 버치는 "첼시는 라니에리에게 빚이 많다. 아브라모비치가 원하던 챔피언스리그급 팀이 됐음에도 첼시는 인정해주지 않았다. 그가 다시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해 레스터와 함께 성공을 거두어 진심으로 기쁘다. 다들 레스터시티가 기적이라고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감독으로서 라니에리의 능력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그는 우승할 만한 감독이다"고 밝혔다.
라니에리를 대놓고 '루저'라 칭하던 후임 감독인 무리뉴도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에게 쫓겨났고 세리에 A에서 다시 재회한 라니에리 감독에게 '트로피도 없는 주제에...' 식의 독설을 일삼기에 이른다.
겉으로는 웃어도 속으로는 분명 칼을 갈았을 라니에리 감독은 모처럼 무리뉴 감독에게 복수할 기회를 얻었지만 복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라니에리 감독이 이끄는 AS로마는 2010년 리그 우승에 근접했지만 무리뉴의 인터밀란에 밀려 2위에 그치고 말았다. 그렇게 미뤄진 복수는 아무도 예상 못한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이루어졌다.
지난 12월 이미 자리가 위태롭던 첼시의 무리뉴 감독은 레스터시티에 패한 후 크리스마스 선물(?)로 해고 통보를 받았고, 첼시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에게만 두 번 쫓겨난 감독이 됐다.
올 시즌 첼시는 홈 경기에서 토트넘을 1-1로 잡으며 레스터시티의 우승이 일찌감치 확정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홈 팬들은 지역 라이벌 토트넘이 우승하지 못하게 되서 기쁜 마음도 있었지만, 관중석 곳곳에는 라니에리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메시지를 걸기도 했다. 당일 라니에리 감독도 첼시 히딩크 감독에게 영상전화를 걸어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드디어 15일 밤 11시(한국시간), 그 라니에리 감독이 다시 스탬포드 브리지에 선다. 그가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자랑스러운 레스터시티를 앞세우고 당당한 챔피언이 되어 돌아왔다.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는 라리에리 레스터시티 감독과 선수들. <사진= 레스터시티 공식 홈페이지> |
[뉴스핌 Newspim] 김용석 기자 finevie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