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외환보유액 20% 증발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17일 카타르 도하에서 산유국 회동이 예정된 가운데 유가 폭락 이후 이들 국가의 외환보유액이 20% 가량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회의에서 유가의 추세적인 상승을 이끌 수 있는 의미 있는 결론이 도출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산유국들의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1월 유가 폭락이 본격화된 이후 증발된 페트로 달러가 315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레인 유전의 모습<사진=AP/뉴시스> |
이번 주말 도하에서 회동을 갖는 18개 산유국의 외환보유액이 20% 가량 소진됐다는 얘기다.
상황은 날로 악화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4분기에 증발한 외환보유액이 540억달러로, 유가 폭락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천문학적인 페트로 달러 소진에 따른 파장은 산유국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산 운용사와 외환시장을 중심으로 금융업계를 강타한 것은 물론이고 이들 국가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국채시장과 그 밖에 신용시장 역시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40달러 선을 회복했지만 산유국의 재정 상황이 급속한 턴어라운드를 이루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해에 이어 산유국들이 재정난은 물론이고 실물경기 하강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러시아 정부는 지분을 보유한 국영 기업에 배당을 대폭 인상할 것을 주문한 상황.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마른 수건 짜기 식의 대처에 나섰다.
국가별로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피해가 두드러졌다. 산유국 외환보유액 증가분 가운데 사우디의 비중이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사우디의 외환보유액 손실액은 1380억달러로, 총액 가운데 23%를 유가 폭락으로 태워버린 셈이다. 이어 러시아와 알제리, 리디아, 나이지리아 등이 손실액 상위권에 올랐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12일 사우디의 신용등급을 AA-로 하향 조정했고, 앞서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와 무디스 역시 등급을 강등했다.
아울러 피치는 사우디 정부가 예산 확보를 위해 해외 금융자산을 대량 매각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사우디의 재정 부족분이 GDP의 10.2%로 1998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까지 떨어졌던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밖에 아랍 에미리트도 1980년 이후 올해 처음으로 국제수지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산유국의 실제 외환보유액 감소 총액은 이날 집계된 수치를 넘어설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쿠웨이트를 포함한 일부 중동 국가들이 국부펀드와 관련해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비셰크 데시판드 나티시스 원유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올해 대부분의 산유국들이 지난해만큼 커다란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