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임명요건 편향 등 지적..통신 사업자 면죄부 우려
[뉴스핌=정광연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시장 자율성 제고를 위해 도입을 추진중인 ‘자율준수 프로그램’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과징금 경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함에도 자율준수관리자 임명 요건이 편향적이고 해당 프로그램의 성실 이행 여부를 평가할 기준마저 모호해 기업 ‘면죄부’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2일, 방통위에 따르면 자율준수 프로그램의 도입 목적은 통신사업자들의 자발적인 법규준수를 유도, 불공정행위와 이용자 피해를 예방하는 데 있다. 프로그램의 주요내용은 ▲경영자의 자율준수에 대한 의지와 방침 천명 ▲자율준수관리자 임명 및 자문기구 운영 ▲자율준수 편람 제작 ▲자율준수 교육 ▲자율준수 활동에 관한 자료관리체계 구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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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통신사업자가 해당 프로그램을 도입해 우수한 운영 실적을 거둘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상 위반행위에 따른 과장금을 감경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단, 불법지원금 살포와 같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상 위반행위는 해당되지 않는다.
논란의 여지가 큰 부분은 ‘자율준수 프로그램 운영 표준 지침 제4조2항’이다.
본 지침에 따르면 통신사업자는 자율준수 프로그램의 운영을 전반적으로 책임지는 자율준수관리자에 자사 임직원을 임명하고 본인의 업무와 자율준수관리자 임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율준수관리자가 자신의 업무 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영업 관련 업무만 담당하지 않으면 된다.
이는 방통위가 자율준수 프로그램 도입의 근거 사례로 제시한 상법상 ‘준법통제기준 및 준법지원인 제도(제542조의13)’와 큰 차이가 있다.
상법에서는 준법지원인(1인 이상)은 임기 3년 상근으로서 이사회 결의를 거치며 ▲변호사 가격을 가진 사람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에서 법률학을 가르치는 조교수 이상의 직에 5년 이상 근무한 사람 ▲그 밖에 법률적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 중에서 임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준법통제기준 및 준법지원인 제도에서 준법지원인의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이에 따른 구체적인 임명 절차를 규정한 데 비해, 자율준수 프로그램은 업무 연관성만 없으면 해당 기업 임원이 자율준수관리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 공정한 수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게자들의 분석이다.
한 법률 전문가는 “과장금 감면이라는 확실한 혜택이 있는 자율준수 프로그램의 운영을 책임지는 관리자 임명 조건이 상법에 비해 과도하게 허술하게 한 경향이 있다”며 “보다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자율준수관리자를 선정하거나 혜택을 유지하는 대신 비정상적 수행시 불이익을 주는 양벌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율준수 프로그램 운영 실적을 평가하는 방통위의 기준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오는 9월부터 해당 고시에 의거,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위반행위 적발시 10%의 과징금을 감면해 준다는 방침이지만 ‘성실한 교육 프로그램 진행’을 평가할 세부 조항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자율준수관리자의 자격을 상법처럼 법률 전문가로 국한할 경우 전문가를 따로 고용해야 하는 중소사업자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통신사업자의 자발적 법규준수가 목적이며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인만큼 도입 장벽을 낮췄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프로그램이 정착되지 않아 평가 기준이 모호하게 보일 수 있지만 제도 정착 이후 상법에 준하는 세부적인 요인들을 평가하기 때문에 공정성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