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선호 증가…연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낮아져
[뉴스핌=김성수 기자] 국제유가와 금 값의 전례없는 괴리 양상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 전의 변화 때문이란 분석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새로운 위기를 예고하는 불길한 전조로 보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원유와 금 가격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유가가 오를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높아지면서 실물자산인 금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유가와 주가 급락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로 금 값이 오르는 등 서로 상반된 움직임을 보였는데, 금과 비교한 유가는 수십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23일 국제 금융시장 자료에 의하면, 국제 유가는 지난 2014년 100달러 선에서 최근 3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12년래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금 값은 작년 12월에 6년래 최저 수준에서 올들어 12% 급등하는 등 반대로 움직였다.
국제유가와 금 값 괴리 확대 <자료=뉴욕상업거래소, 상품거래소, 뉴스핌> |
최근 며칠 새 유가가 반등할 때도 금 값은 서로 반대쪽을 향했다.
유가는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기대와 아시아 주요 증시 안정화에 힘입어 30달러 위로 반등했다. 반면 금값은 1년래 최고치였던 1260달러에서 1200달러 선으로 하락했다.
◆ 연준 금리정책 전망 변화.. 위기 전조?
22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전문가의 견해를 인용, 이 같은 괴리 현상의 배경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대한 기대가 변화된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콤트렌츠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가나세카 시아가라잔 이사는 "금 값과 유가는 지난 5년간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으나, 최근 3개월 동안에는 그 연결 고리가 깨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한 가지 요인으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심리가 달라진 점을 꼽았다. 금융시장 혼란으로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하고,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연준도 금리인상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금 시세를 지탱할 요인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금은 이자가 붙지 않는 상품이어서 금리가 오르면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작년 12월만 해도 연준이 10년여 만에 처음 금리를 올려 금 시세에 하락 요인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연준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정도가 됐다는 것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이튼밴스의 에디 퍼킨 주식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 내부 인사들이 기존 금리인상 경로를 다시 되돌려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시장에서는 이미 이러한 믿음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17일 자 마켓워치는 이른바 '금/석유 비율'이라고 불리는 두 상품 가격의 가격 괴리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 발생할 거대한 금융 위기의 전조로 해석한다고 소개했다.
ADS증권의 누어 알 하모리 수석시장전략가는 "지난 30년 금/석유 비율 평균값은 17배 정도인데, 최근 47배까지 치솟을 정도로 높아졌다"며 "과거 이 비율이 급등했을 때마다 금융위기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분석이 나름대로 근거를 갖는 것은 세계경제가 취약해질 때 유가가 하락하는 반면 금 값은 오르는 경향이 있다는 과거 경험 때문이다.
금 1온스당 원유(배럴) 비율 추이 <자료=매크로트렌즈, 블룸버그, 마켓워치 재인용> |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