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파장…달러/엔 115엔 붕괴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9일 일본 금융시장에 은행 시스템 우려가 빠르게 번지면서 증시가 5% 넘게 폭락하는 등 패닉장이 연출되고 있다. 안전자산인 엔화는 강세를 가속화하면서 115엔이 붕괴됐다.
춘절을 맞아 중화권 등 대부분의 아시아 시장이 휴장하면서 한가로운 분위기가 나타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일본 금융시장은 전날 밤 유럽서 불거진 은행권 위기 바통을 재빠르게 넘겨 받았다.
일본 증시는 개장 초부터 2% 가까운 급락세를 보였고, 엔화 강세까지 맞물리며 낙폭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한국시간 기준 오후 1시20분 현재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5.11% 하락한 1만6135.90엔을 지나고 있으며, 토픽스지수는 5.23% 밀린 1308.19를 기록 중이다.
같은 시각 달러/엔 환율은 114.64엔으로 전날보다 1.04% 하락(엔화 강세) 중이며, 유로/엔 환율도 128.49엔으로 0.89% 밀리고 있다.
달러/엔 환율 한 달 추이 (엔화 가치와 반대) <출처=블룸버그> |
◆ 은행권 강타한 마이너스 금리 후폭풍
간밤 유럽에서는 고조되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시장 혼란, 에너지 가격 급락세가 금융 시스템에 대한 우려로 확대되면서 도이체방크 등 은행주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도이체방크는 장중 한 때 낙폭을 10% 넘게 키웠고 장 후반에는 9.5% 떨어진 채 마감돼 1999년 이후 최저 종가를 기록했다. 스톡스 유럽 600 뱅크 인덱스는 5.22% 떨어졌는데, 이 지수는 지난주까지 6주 연속 하락해 지난 2008년 이후 최장 기간 약세를 보였다.
엔화 <출처=뉴시스> |
그리스의 유로뱅크 에르가시아스와 이탈리아 방카 몬테 파스키는 각각 29.20%, 11.36% 급락했으며 독일 코메르츠방크와 프랑스 BNP파리바도 각각 9.18%, 5.45% 떨어졌다.
뉴욕 증시에서도 관련 부문이 가파른 내리막을 탔는데, 모간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각각 6% 넘게 밀렸고 S&P금융부문 지수는 장중 3%까지 떨어졌다.
지속되는 마이너스 금리가 은행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는 유럽을 따라 얼마 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 시작한 일본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노무라는 이날 개장 직후 20분 만에 8%까지 떨어졌다가 오후에는 5% 수준으로 낙폭을 다소 축소한 상태다. 미쓰이스미토모는 7%까지 밀렸다가 현재는 2.6% 내리는 중이며, 미쓰비시UFJ은행도 6% 넘게 떨어졌다가 지금은 1% 조금 넘는 수준의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소재 시장 전략가 로버트 세비지는 은행들은 기업 대출의 핵심인데 "(마이너스 금리로) 수익률 커브가 플랫해지고 예금에도 비용이 든다면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은행권 우려가 지나치다는 주장도 있다.
크레딧사이츠 애널리스트 프리 다 실바는 "금융업계 펀더멘털과 가격 간 괴리가 있다"며 펀더멘털이 크게 악화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이 (금융 부문에) 좋은 매수 기회가 된다 하더라도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려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엔고에 BOJ 비상…옐런 입 주시
시장 패닉에 안전자산 인기가 치솟으면서 엔화는 15개월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통화 완화로 엔저와 물가상승을 견인하려 했던 일본은행(BOJ)의 정책에도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엔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달러/엔 환율은 이날 115엔 밑으로 주저앉으며 2014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서치업체 글로벌인포 외환담당 오기노 카네오는 "패닉 상황"이라며 이날 오전 유럽 자금이 달러/엔 매도에 나섰고 이에 따라 115엔 선이 붕괴됐다고 설명했다.
환율 변동 가능성을 보여주는 달러/엔 3개월 내재변동성은 이날 12.137%까지 뛰어 2013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투자자들은 이날 저녁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있을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증언을 눈 여겨 볼 전망이다. 여기서 미국 경기 회복세에 대한 단서가 나온다면 추가 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달러 강세를 기대해도 될 것이란 관측이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