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필요성 있지만 상시화는 어려워"..비용 문제
[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최근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지카바이러스 등 감염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를 관리하기 위해서 거점병원을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방역당국이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역당국의 조치에 제2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방역당국이 거점병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예산과 의료기관 이미지 훼손 등을 이유로 추진하지 않는 모양새다. 거점병원은 국가에 신종 바이러스 출현 등으로 의심환자 발생시 전담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지정해 운영되는 의료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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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당시 A 대학병원 현장.<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거점병원의 필요성은 지난해 메르스 사태 당시 언급됐다. 메르스 의심증세를 보인 환자들이 특별한 조치없이 한 군데 이상의 의료기관을 방문하면서 병원내감염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이후 방역당국은 뒤늦게 메르스 의심환자에 대한 지역별 거점병원을 지정하긴 했지만, 이미 감염이 확산한 뒤였다.
이에 따라 의료계 전문가들은 언제든 유입될 수 있는 감염병을 막기위해서라도 거점병원을 항시 운영해야 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런 지적에 방역당국도 일정부분 동의하고 있다. 지난 3일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거점병원이 감염병 확산을 예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상시운영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감염병 환자가 방문하는 의료기관으로 낙인찍히면 경영상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방역당국이 환자수가 줄어드는 의료기관에 손실을 보전해주기 어렵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의료계 관계자들은 쓴소리를 내고 있다. 방역당국은 국민 보건을 우선해야 하는데 의료기관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감염성이 있는 바이러스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며 상시 운영하지 않고는 예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병원 A 교수는 "미국같은 의료선진국에서는 바이러스 의심증세가 나타나면 정부가 지정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다"면서 "앞으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신종 감염병에 대해서 방역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