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초저금리에 익숙.. 위험자산 회피
[뉴스핌=이고은 기자] 일본은행(BOJ)이 특단의 조치로 마이너스 금리를 꺼내들었지만, '저축왕 일본인'이 포트폴리오를 위험자산에 더 베팅하게 만들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2일 자 로이터통신은 이미 제로에 가까운 이자를 받고 있는 일본 개인들이 조금 더 금리가 내려간다고 해서 저축행태에 큰 변화를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고 현지 분위기를 소개했다.
통신의 보도에 의하면, 도쿄에서 연금을 수령하는 A(70)씨는 일본 리소나은행의 전신인 교와은행에서 지금의 320배에 달하는 8%의 이자를 받았던 시절을 기억했다. 그는 이자율이 제로에 가까워오는 상황에서도 예금에서 돈을 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여기서 0.01포인트 변하는 것 쯤이야 아주 미미한 변화일 뿐이지요. 나는 그냥 지켜보고 기다릴 겁니다"라고 말했다.
BOJ의 마이너스 금리는 일본인들의 소비와 투자를 진작할 의도로 도입됐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의 의도에 따라 쉽게 움직여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일본인들은 이미 매우 낮은 저축 이자를 감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신용평가를 맡고있는 료지 요시자와 S&P 이사도 '저축왕'으로 불리는 일본 국민들의 행태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시중은행 금리는 이미 매우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서 금리를 더 내린다고 해서 예금주들을 움직일만한 충격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오는 2월 16일부터 시중 금융회사가 일본은행에 맡기는 자금 가운데 지급준비금 필요액이 넘는 신규 예치금에 대해서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한다. 이미 일부 소매금융회사들은 수신이자율을 낮췄고, 나머지 역시 흐름에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 지역기반 은행으로 최대 규모를 가진 요코하마 은행은 0.025%였던 1년 정기예금 연이율을 0.02%로 내렸다. 일본에서 4번째로 큰 규모의 리소나은행은 5년 정기예금 연이율을 기존의 절반수준인 0.025%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일본인들의 강박적인 저축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일본은 14조달러에 달하는 가계자산의 50% 이상이 은행 예금(혹은 현금)으로 이루어져있다. 미국은 가계자산의 13.7%만이 은행 예금에 해당하고, 유로존은 34.4% 수준이다.
요시노부 야마다 도이체 증권 은행 애널리스트는 "예금에 비용을 물리려는 시도가 예전부터 은행권에서 줄곧 있어왔다. 그러나 지점과 기업 고객들의 반발로 매번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도쿄 스가모역에서 핸드백을 팔고 있는 B(71)씨 역시 저축에서 생기고 있는 '티끌같은' 이자 수준은 무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금 대신 선택해야하는 대안들이 너무나 위험하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는 재산에 문제가 생길까봐 무섭습니다"고 B씨는 말했다.
"투자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고, 주식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도 전혀 몰라요. 정기 예금 이자율이 0.02%에서 0.01%로 떨어진다고 해도, 적어도 예금주들은 돈을 잃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이율이 제로가 될때까지 예금을 놓지 않을 겁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