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국채 규모도 5조5000억 달러 돌파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일본은행(BOJ)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채택하면서 마이너스 기준금리 안에서 이뤄지는 세계 경제 활동이 전체 5분의 1을 넘어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총합이 세계 전체 경제 규모의 23.1%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디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으로 마이너스 기준금리 정책을 채택하면서 이 안에서 이뤄지는 경제 활동 규모도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왼쪽)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오른쪽)<사진=블룸버그통신> |
◆ 유럽·일본 공통점은 '낮은 물가'
BOJ는 이날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1%로 결정했다. 장기국채 매입 규모는 연간 80조 엔(803조 원)으로 유지했다. 유럽중앙은행(ECB) 등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세계 다수 중앙은행의 대열에 BOJ가 합류한 것이다.
지난 2012년 덴마크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영역으로 내렸고 2년 후 ECB와 스위스중앙은행이 그 뒤를 따랐다. 지난해에는 스웨덴 역시 기준금리를 제로(0) 밑으로 인하했다. 유럽과 일본은 세계 경제의 약 21%를 담당하고 있고 스위스와 스웨덴, 덴마크 경제는 2.5% 미만을 차지한다.
마이너스 영역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유럽 국가들과 일본은 낮은 물가를 공통 과제로 가지고 있다. BOJ는 이날 2016회계연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4%에서 0.8%로 내려 잡았으며 2%의 물가상승률 목표 달성 시기도 기존 2016회계연도 후반에서 2017회계연도 전반으로 미뤘다.
유럽의 물가도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1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인플레이션율 잠정치는 0.4%로 집계됐다. 이는 ECB의 중기 목표치인 2%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이 같은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달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신흥시장 성장 전망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의) 하방 위험이 다시 증가했다"며 "따라서 다음 회의에 우리의 통화정책 스탠스를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예금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시행 기간 연장을 단행한 지난해 12월에 이어 3월에도 다시 한 번 추가 완화 조치가 이뤄질 수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의 많은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채택하면서 향후 이 같은 정책이 위기 대응 수단으로 자리 잡아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BOJ 결정 후 국채 강세…마이너스 금리 국채 5.5조 달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투자은행(IB) JP모간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는 전 세계 국채 규모가 사상 최대치인 5조5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BOJ의 결정 이후 일본과 프랑스, 독일 국채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돌파하는 등 세계 국채시장은 랠리를 펼쳤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는 장중 0.09%를 터치했고 독일 국채 5년물은 4bp(1bp=0.01%포인트) 떨어진 -0.30%를 기록했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도 장중 전날보다 4.9bp 낮은 1.936%로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미 국채 2년물과 3년물도 각각 4.3bp, 9.6bp씩 하락했다.
JP모간에 따르면 독일과 핀란드, 스위스 등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최초로 채택한 유럽 국채의 절반가량은 이미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고 있다.
라보뱅크의 매튜 케언즈 전략가는 "중앙은행들이 실제로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신뢰와 자신감이 유지된다면 수익률은 지지가 될 것"이라면서 "만일 이 전략이 물가를 올리지 못할 것이 분명해지면 수익률 곡선이 더 무너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