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버리지 기업 부채, 이익 21배 달해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15조달러 규모의 중국 회사채 시장의 디폴트 리스크가 지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이미 한계 수위에 이른 레버리지와 투자 수요 위축, 가격 하락 압박이 맞물리면서 중국 회사채 시장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중국 위안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26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중국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의 디폴트가 지난해 9건에서 올해 두 자릿수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S&P는 신용등급 평가 대상에 해당하는 240개 중국 기업 가운데 15%를 요주의 리스트에 두고 있다. 이는 2008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또 1년 전 8%에서 두 배 가까이 뛴 수치다.
크리스토퍼 리 S&P 아시아-태평양 신용평가 책임자는 “중국 기업의 신용의 질이 최근 4주 사이 더욱 악화됐다”며 “부정적 신용등급 평가를 받은 기업이 18%에 이르며, 앞으로 등급 강등 압박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피치 역시 107개 비금융 중국 기업 가운데 요주의 대상에 해당하는 기업을 12%로 늘렸다. 이는 지난해 1월 7.4%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다.
지금까지 중국 기업의 디폴트는 국제 금융시장 기준으로 저조한 수준이었다.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정부의 고강도 개입이 이뤄진 결과다.
15조 달러로 집계되는 중국 회사채 시장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45%에 이른다. 때문에 시장 교란이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경제 전반에 일으킬 수 있는 충격의 강도는 감내하기 힘든 수위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중국 정책자들은 앞으로 3년 사이 이른바 좀비 기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올해 회사채 디폴트 상승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신용평가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 기업의 레버리지는 이미 한계 수위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상위 200개 기업 가운데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30개 기업의 부채는 연간 이익의 21배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샤오 치 FT 컨피덴셜 리서치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상당수의 회사채 디폴트를 용인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회사채 시장을 정비하는 한편 한계 기업들을 퇴출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회사채 밸류에이션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회사채 발행 규모는 약 1700% 증가한 상황. 은행 대출이 막히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으로 몰려드는 가운데 밸류에이션 하락 압박이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AA 등급 5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평균 4.6%로 지난해 초 3.7%에서 크게 뛰었다.
회사채 디폴트가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고용부터 가계 소비까지 실물경기 곳곳에 타격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중국 정부가 후폭풍을 우려해 좀비 기업을 퇴출한다는 계획에서 한 발 물러설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