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과 차분한 대응으로 취임 두 달만에 굵직한 성공 잇따라
[뉴스핌=이수호 기자] 카카오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30대 최고경영자(CEO)인 임지훈 체제 출범 두 달만에 이뤄낸 성과로, 보드게임과 배달서비스 등 또 다른 신사업의 성공 가능성도 주목된다.
한국카카오은행 컨소시엄은 지난달 29일 KT가 주축인 케이뱅크와 함께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사업자로 선정됐다. 카카오은행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모바일뱅크의 비전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실적 컨퍼런스콜 때마다 "산업 자본이 10% 이상의 지분을 획득할 수 없다는 법이 개정되는데로 최대 주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사업 추진에 대한 적극성을 강조해왔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 <사진= 카카오> |
인터넷전문은행은 임 대표가 첫 기자간담회에서 천명한 온디맨드의 핵심인 만큼, 반드시 따내야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온디맨 드'는 수요자가 원하는 시간에 물품이나 서비스를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쉽게 말해, 모바일 상에서 구현되는 쇼핑과 배달, 결제, 콘텐츠 소비 등 모든 생활을 카카오톡 하나로 해결해주겠다는 뜻이다.
임 대표 입장에선 가장 윗단의 금융 정보를 확보해야, 신사업이 순조하게 돌아가는 만큼 오너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반드시 따내야하는 과제였다. 그리고 결국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도 예비인가를 따내면서 임 대표를 향한 업계의 의심도 확신으로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카카오가 올 하반기 들어 물밑에서 작업중인 유통 신사업도 직접적으로 금융사업과 연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제주지역에 한정해 출시된 카카오파머는 일종의 감귤 유통업으로 중간 단계를 없애 비용 줄이고 대신 상품의 품질을 끌어올려 카카오 안에서의 혁신적인 유통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것이 골자다. 공급자와 소비자간의 결제 과정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대출 등이 이 부문에서 활용될 공산이 크다.
또다른 신사업 후보군으로 모바일 주문 결제 서비스 '카카오오더'가 있다. 현재 사업검토 단계로 알려진 카카오오더의 경우에는 오프라인 상점과 손을 잡고, 카카오톡을 통해 주문하고 모바일 쿠폰을 수령하는 서비스다. 테이크아웃 매장에서 미리 카카오톡으로 예약구매한 후, 바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카카오는 이를 금융 사업과 연계해, 국내 오프라인 상점 내의 카카오 저변 확대에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밖에도 부동산 앱과 배달 서비스 등의 020 업체 인수 가능성은 앞으로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카카오가 인터넷은행 출범 전부터 정부와 극심한 대립각을 세웠던 만큼, 임 대표가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지난 10월 카카오 제주본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임 대표는 "정부와 크게 마찰이 있거나 친하지 않다고 생각지 않는다"라며 카카오톡 감청 이후, 대립각을 세워온 정부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카카오 내부 관계자 역시 "정부가 중금리시장 확대를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만큼, 카카오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내부에서도 여러가지 고민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가 신사업 확대와 함께 기존 사업 재정비에 나선 점도 눈길을 끈다. 카카오는 지난 9월 출시한 통화 전화 앱 카카오헬로 서비스를 출시 3개월만에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임 대표가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아울러 최근들어 카카오톡의 잇딴 서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8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네트워크 안정화에도 나설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도박파문 등을 딛고 정부 인가사업을 따낸데 이어 여론에 민감한 모바일 보드게임·대리운전 등의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면서 전임자들에 비해 나이가 어리다는 우려의 시선을 극복한 것 같다"라며 "독선적이라는 업계의 부정적인 평판이 오히려 대기업에서는 빠른 의사결정이라는 장점으로 발휘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