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대상·농심 등 할랄시장 진출…반무슬림 정서 극복해야
[뉴스핌=한태희 기자] IS(이슬람국가)의 잇단 테러 속에 국내 식품기업들이 고군분투 중이다. 전세계적으로 이슬람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때 무슬림 연구가 한창이다. 알맞은 식재료를 구하기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가공해서 조리할 것인지를 토론하고 있다. 깐깐한 무슬림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이슬람교 신자인 무슬림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재배 및 가공된 식품만 먹는다. 이를 할랄식품이라 한다. 시장 규모는 약 1400조원으로 무슬림만 16억명에 달한다. 시장에선 5년 안에 30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국내 식품기업은 할랄인증 제품을 중동으로 수출하며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2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외식·라면·식음료 가리지 않고 식품기업들이 할랄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 CJ제일제당·정식품, 잇달아 UAE 진출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은 현지화 전략으로 할랄시장에 진입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엔 '사모사'란 음식이 있다. 만두와 비슷한 음식이다. CJ제일제당은 사모사에서 착안해 만두를 앞세웠다. 김치와 두부, 야채를 넣은 만두를 수출하고 있는 것.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기 만두도 공급할 예정이다. 물론 할랄인증을 받은 고기 만두다.
CJ제일제당 해외영업팀 관계자는 "현지인들이 할랄 인증을 받은 고기를 많이 먹는 식문화를 반영해 할랄 고기 만두 출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두유 베지밀을 '글로벌 두유'로 만들겠다는 기업도 있다. 베지밀로 유명한 정식품이다. 정식품은 베지밀 15종 총 10만본을 UAE에 수출한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란 마음가짐으로 현지 평가를 거쳐 앞으로 5년간 200만본, 100만달러(약 11억원) 넘게 수출할 예정이다.
정식품 관계자는 "이번에 계약한 금액은 많지 않지만 할랄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 대상·농심은 이미 할랄시장에 뛰어들어
할랄식품 시장의 성장성을 일찌감치 포착한 기업들도 있다. 장류와 라면에서 각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상과 농심이다. 농심은 신라면으로 무슬림을 공략 중이다. 특히 지난 2011년 4월 부산에 할랄 전용 생산라인을 만들었다. 할랄 신라면은 인도네시아와 UAE 등 이슬람 국가로 수출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에 207만달러(약 23억7000만원) 규모 라면을 팔았다. 지난해 상반기 150만달러(약 17억1800만원)와 비교하면 38% 늘었다.
신라면의 성공 배경에도 현지화 전략이 있다. 음식은 물론이고 심지어 물까지고 금지되는 라마단 기간에 맞춰 마케팅 전략을 짠 것. 라마단 전후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감안해 이때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농심은 앞으로 더 많은 종류의 라면 등을 공급할 예정이다. 농심 관계자는 "제품 라인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상 청정원은 종가집 김치와 마요네즈, 김 등에서 할랄인증을 받았다. 지난 2011년 첫 진출 후 올해 50억원 넘는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외 롯데제과는 꼬깔콘을, 오리온은 초코파이에 대해 할랄인증을 받았다. 오리온은 돼지기름 추출 젤라틴 성분을 식물 성분으로 대체했다. 풀무식품도 라면 2종에 대해 할랄인증을 받았다.
▲ 중소기업도 할랄 준비…걸림돌은 반무슬림정서
국내 유명 식품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할랄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부족한 정보와 인프라를 극복하기 위해 할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할랄비즈 포럼'을 출범시켰다. 2개월에 한번씩 모여 국가·품목별로 할랄시장을 분석한다. 또 성공 기업 사례와 실패 사례도 연구한다.
할랄시장이 '기회의 땅'이긴 하나 걸림돌이 있다. 반무슬림 정서다. 특히 최근 프랑스 파리에 이어 아프리카 말리에서 테러가 발생한 후 이슬람시장에 진입하려던 중소기업이 긴장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생활산업부 관계자는 "할랄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IS테러를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할랄식품 인증기업의 대표는 "반이슬람 정서가 강해져 제품 안내나 홍보를 자제하고 있다"며 "할랄 인증까지 오해를 받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