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재단·청년 희망펀드·두산 베어스 등 전폭 지원
[뉴스핌=강효은 기자] 과감한 결단력으로 활발한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통 큰' 투자 행보가 새삼 조명받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등 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잇따른 실적 부진 속에서도 면세점 신사업 추진 등 과감한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및 두산 내부 관계자들은 박 회장의 결단력을 두고 '믿고 따르는 리더십'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6일 재계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달 동대문 미래창조재단 설립에 사재 100억원을 출연했다. 이는 두산그룹이 별도로 내놓은 100억원 외의 추가 출연이다. 이밖에 지난 5일 박 회장은 청년희망펀드에 개인재산 3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박용만 회장 <사진=대한상공회의소> |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최근 잇달아 개인 자산을 대내외적으로 내놓으면서 '쓸 때는 쓴다'는 그의 통 큰 투자 정신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높다.
최근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두산엔진 등 계열사들이 올 상반기 적자를 기록하며 일제히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등의 경영 악화 상태에 직면한 상황에서 진행된 대규모 투자이기 때문.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지난달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 등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주사인 두산과 두산중공업의 회사채 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강등했고,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은 'A-/안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계와 중공업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두산이 처음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의아하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며 "박 회장이 동대문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고 들었는데 최근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 등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하락세를 치면서 신규 사업에 사활을 걸기로 결심한 것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용만 회장은 재벌 총수답지 않은 호탕함과 과감한 결단력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향후 비전과 하나의 가치를 믿으면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식의 그의 결단력은 두산을 재계 12위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도 한 몫 했다는 전언이다.
두산 내부 관계자는 "회장님은 그동안 본인이 정확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서 그 가치를 믿으면 과감하게 밀어붙이고 투자해 오셨다"며 "가끔 내부에서 무모한 투자라고 볼 때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판단들이 맞았기 때문에 직원들도 믿고 따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 회장의 '통 큰' 투자 행보는 그간의 인수합병(M&A) 사례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두산그룹은 지난 1996년을 기점으로 중공업 중심의 사업으로 그룹을 재편하기 위해 M&A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OB맥주와 버거킹 등 소비재 사업을 과감하게 버리고,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고려산업개발 등을 인수하면서 수출 중심의 중공업으로 그룹의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이후 2006년 루마니아 IMGB, 2007년 미국 CTI와 건설장비 업체인 밥캣을 인수하며 글로벌 M&A에도 적극 나섰다.
특히 박 회장은 대우종합기계와 밥캣 인수를 추진할 당시 내부적으로 고평가된 인수가를 두고 거세진 반대 의견에 대해서도 미래 가치에 대한 확신을 품고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는 게 그룹 안팎의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할 당시, 너무 비싸게 사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많이 나왔지만 박 회장의 논리에 아무도 토를 달지 못했다"며 "충분한 시뮬레이션 작업과 시행 착오를 거쳐 생성된 투자 판단이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타당하다고 믿는 분위기"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의 확고한 투자 철학은 이번 시내면세점 진출 행보에서도 나타난다. 두산은 향후 면세점 사업에서 나오는 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이 역시 그의 의지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두산 실무진들은 사회 환원 비율을 5% 선으로 산정했지만 박 회장이 10% 비율로 강력히 언급하면서 최종적으로 10% 환원으로 결정된 것.
두산 내부 관계자는 "이익 10% 환원 공략은 회장님이 강력하게 고집하셔서 결정된 것"이라며 "동대문 재단에 100억원을 기부한다고 했을 때도 그간 동대문을 사랑한다고 언급해오던 회장님의 말씀이 빈말이 아니고 진심이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두산베어스는 14년 만에 삼성 라이온즈를 제치고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소문난 야구광인 박 회장은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84억원을 들여 장원준 선수를 영입하고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와 150만달러(약 17억원)에 재계약하는 등 두산베어스의 승리를 위해 전폭 지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효은 기자 (heun2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