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주가에 몸집 커져…"현대중공업, 대한항공 인수 여력 없어"
[뉴스핌=윤지혜 기자] 마땅한 인수후보를 찾지 못 해 무기한 연기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동매각이 결국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KAI 주주협의회가 공동매각기한을 연장하지 않고 각자 보유한 지분을 개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한국항공우주산업 주가 추이 |
공동매각을 진행하기로 정한 시점이 올해 말이기 때문에 기한을 연장하지 않을 시 내년 이후 주주들이 KAI 지분을 개별 매각하게 된다.
현재 KAI에 대한 지분율은 산은 26.75%, 한화테크윈 10.00%, 현대자동차 10.00%, 두산그룹 출자회사인 DIP홀딩스 5.00%다. 나머지는 국민연금, 우리사주조합 등이 보유하고 있다.
KAI 매각은 통합산은이 출범하기 전부터 정책금융공사가 공개매각을 시도해왔지만 마땅한 원매자를 찾기가 어려워 두 차례 이상 무산됐다.
KAI 인수후보는 방위사업법상 해외 투자자의 참여가 막혀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국내 전략적 투자자(SI)로 한정돼 있는 어려움이 있다.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한 재무적 투자자(FI) 역시 국방사업을 담당하는 KAI의 안정적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정부당국이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사실상 인수가 가능한 곳은 국내 기업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KAI의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높아진 가격부담에 이를 인수할 만한 국내기업도 전무한 상태다. 과거 KAI인수에 관심을 보여왔던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 모두 재무여력 약화로 대규모 M&A딜을 시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999년 KAI가 3곳의 항공업체의 통합 및 채권단 출자 전환으로 설립됐을 당시 주주들의 평균 투자 금액은 주당 1만원선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KAI 주가는 10월 22일 종가 기준 7만7500원이다.
KAI 매각을 진행했던 채권단 관계자는 "한때 유력 인수후보로 현대중공업과 대한항공이 뛰어들기도 했지만 업황이 부진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무산됐다"며 "현재로썬 인수후보들의 인수여력이 부족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주가로 가격이 높아진 가운데 방산업체라 외국인 지분 참여도 제한되고 여러모로 선택의 폭이 좁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이 같은 내용을 금융위와 논의한 후 개별적으로 대량매매(블록세일)를 진행하는 것에 문가 없는지 KAI주무관청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질의할 계획이다. KAI 지분을 따로따로 매각할 경우 전체 구성이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KAI는 방산업 비중이 50%에 달해 지분 10% 이상을 취득하려면 산자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뉴스핌 Newspim] 윤지혜 기자 (wisd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