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객, 패키지 이용객 뛰어 넘어…TV·SNS서 여행 정보 쉽게 얻어
[뉴스핌=한태희 기자] # 직장인 김 모씨(33세)는 지난달 초 라오스를 다녀왔다. 느즈막히 여름 휴가를 내고 여유있게 여행을 즐겼다. 여름 휴가지는 일찌감치 점 찍었다. 1년 전 TV 여행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을 보고 정했다. 가자! 라오스로. 항공권은 국내 여행사에서, 호텔은 글로벌 여행사인 익스피디아에서 예약했다. 라오스에 도착한 그는 '꽃보다 청춘' 여행 코스를 그대로 따랐다. 라오스에 갔다 온 지 한달도 안 지나 또 짐을 쌌다. 지난 추석 연휴에 배낭 하나를 덜렁 메고 그는 훌쩍 방콕행 비행기를 탔다.
# 직장인 3년차 노 모씨(여·30세)는 못 말리는 축구광이다. 리오넬 메시는 물론이고 세르지오 라모스, 아론 램지 등 유럽에서 뛰는 축구선수를 줄줄이 꾀고 있다. 그의 꿈은 유럽 축구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 꿈은 지난해 이뤘다. 지난해 여름 휴가 때 스페인에서 레알 마드리드 경기를 봤다. 올해는 영국으로 날아가 아스날 경기를 '직관'했다. 그녀는 경기 시간에 맞춰 모든 여행 일정을 짠다. 에펠탑 등 유럽의 유명 여행지 방문은 2순위다. 스스로 여행 일정을 짜는 그녀는 '자유여행객'이다.
▲ 해외로 '홀로'…개별자유여행, 패키지여행 앞질러
7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해외 비행기표와 숙박만 예약한 후 해외로 떠나는 자유여행객이 늘고 있다. 항공과 숙박 정도만 묶는 부분 패키지를 포함하면 자유여행객 비중은 여행의 트렌드를 완전히 바꿔놨다. 여행사가 항공권과 숙박, 해외 관광 일정까지 일괄 정해서 제공하는 '패키지 여행'은 큰 폭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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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추세는 각종 통계에서 명확하게 수치로 드러난다. 지난해 말 한국관광공사가 내놓은 '2014년 국민해외여행실태조사'를 보면 지난 2014년 개별자유여행은 40.4%로 1년 전(39.9%)보다 0.5%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패키지는 38.4%에서 37.5%로 0.9%포인트 떨어졌다.
올해들어 그 폭은 더 벌어지고 있다. 한국여행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개별자유여행 비중은 44%다. 항공권과 숙박을 함께 구매하는 부분 패키지를 포함한 패키지 여행상품 비중은 약 54%다. 그러나 부분 패키지의 경우 사실상 개별자유여행으로 볼 수 있어 실질적인 패키지 상품 비중은 40%대로 추산된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연령대 별로 분석하면 20대 특히 여성은 자유 여행이 65.3%로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전체 패키지를 이용하는 비율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 한국 찾는 외국인도 자유여행
이런 현상은 유럽과 미국 등 여행 선진시장에서는 이미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해외에서도 개별자유여행이 대세인 것이다. 유럽과 미국의 젊은층은 방학 때 배낭 여행을 메고 해외로 나가는 게 일상화돼 있다.
이렇다보니 한국은 찾은 외국인 여행객들도 부분 패키지 상품을 포함한 개별자유여행을 선호하고 있다.
단적으로 프랑스의 한 대학교에서 독일문학을 전공하는 알렉스(21세)는 지난 8월말 한국을 찾았다. 온라인 검색을 하다가 '경주'를 알게 되면서 한국 여행에 나선 것. 지난 8월23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알렉스는 KTX(고속철도)를 타고 경주로 이동해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렀다. 그는 불국사, 동궁과 월지(안압지)를 돌아보고 프랑스로 돌아갔다.
이는 유럽 여행객의 사례만은 아니다. 국내 여행·관광업 큰 손으로 떠오른 중국인 관광객(유커)도 개별자유여행을 선호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유커 57.8%는 개별여행 형태로 방문했다.
여행업계에서도 이같은 트렌트가 쉽게 꺽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 SNS 등 온라인에서 여행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행 안내 TV 프로그램도 넘치고 있어서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모 케이블TV의 '꽃보다 시리즈' 여행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 자유 여행객이 급증했다"며 "트렌드는 패키지 여행에서 자유여행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행사도 이에 대응해 TV에서 나온 여행 코스를 상품을 짜서 내놓고 있다"며 "해외 고객을 잡기 위해 현지 유력 여행사와 손잡고 국내 맛집 탐방과 같은 틈새상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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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 모습 /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