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가 1개 무게...카카오뱅크컨소시엄 등 4곳 신청
[뉴스핌=노희준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은 원래 하나다. 혹시 몰라 1~2개라고 한 거다. 국회 은행법 개정 전에 시범적으로 해보겠다는 의미다. 하나만 (인가를) 해주기에 모델이 정말 아까우면 2개를 해주겠다는 거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따내기 위한 한판대결이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1~2곳에 인가를 내준다는 방침이나 실은 1곳 선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심사 시 사업계획의 혁신성과 차별성이 없으면 2등을 하더라도 의미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날부터 내달 1일(오후 6시)까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한다. 이후 금융감독원 심사(10월)와 평가위원회 심사(11∼12월)를 거쳐 예비인가를 의결(12월)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공식적으로 1~2곳에 인가를 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위 내부는 혁신성과 차별성이 있는 1곳에 인가를 내줘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이번 인가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모델을 검증하는 시험대(테스트베드) 성격이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일본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초기에는 1개만 인가해줬다. 이후 시장 상황을 보면서 1∼2년 뒤에 추가 인가를 내줬다. 특히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경쟁이 정체된 은행업에 경쟁을 불어넣을 '메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단순 '도입'보다는 '생존'과 '성공'이 더 중요하다.
국내 인터넷뱅킹은 거의 모든 영업을 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이 혁신적인 사업모델로 출현하지 못하면 금리인하 등 가격경쟁에 빠져 실패할 확률이 낮지 않다는 우려가 크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했다는 일본에서도 인터넷은행이 흑자로 전환하는 데 도입 후 5년가량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1000점 만점에 사업계획에 700점(혁신성 250점)을 부여한 이유다.
이에 따라 예비 신청 후보군은 혁신성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모델 구축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경쟁에는 은행과 2금융권, ICT기업, 유통업체 등이 결합한 카카오뱅크컨소시엄, KT컨소시엄, 인터파크뱅크그랜드컨소시엄, 500V컨소시엄 등이 나설 전망이다.
'카카오은행'은 1위 은행(KB국민은행)의 안정성과 네트워크, 1위 증권사(한국투자금융지주)의 투자 및 자산 운용 능력, 1위 모바일 플랫폼 기업(카카오)의 IT 전문성을 결합, 혁신적인 모바일뱅크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KT은행'은 통신사 등의 빅데이터 분석 능력과 노하우, 우리은행 위비뱅크의 금융노하우를 결합할 새로운 신용평정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증권의 투자자산관리 서비스와 KG이니시스, KB모빌리언스, 다날 등 결제대행서비스 결합도 예상된다.
'인터파크은행'은 고객 모든 생활영역에서 언제 어디서나 함께 한다는 디지털 라이프 뱅크를 제시했다.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결합한 금융서비스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시장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500V컨소시엄은 중소 벤처기업과 소상공인에 특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가라고 하는 것은 사전에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다. 1~2개라는 것은 그런 정도의 감을 갖고 간다는 것"이라며 "신청이 들어와 제출 서류를 봐야 알 수 있고 아무 데도 안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