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의 사기에도 보증금 지급 불가 조항 문제
공정위, 불공정 약관 시정으로 피해 방지 기대
[세종=뉴스핌] 백승은 기자 = #부산에 거주하는 임대인 A씨는 '무자본 갭투자'로 주택 190가구를 매입해, 4년간 임차인 150여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190억원을 가로챘다. 이같은 전세사기 피해 건수는 올해 10월 기준 2만3730건이다. 일부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임차인에게 잘못이 없어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임대인의 전세사기 발생 시 전세보증금을 지급하지 않는 조항이 적용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피해자 일부는 HUG에 지급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HUG의 '개인임대사업자 임대보증금 보증 약관'을 심사하고 보증 취소 관련 조항을 시정하도록 권고했다고 5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이 지난 31일 공식 공포된 후 첫 주말인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이 전셋값 폭등 및 전세 품귀 현상으로 비어있다. 2020.08.01 dlsgur9757@newspim.com |
민간임대주택 임대사업자는 임대보증금에 대한 보증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보증 계약에 따라 임대사업자가 계약을 마치고 임차인에게 임대보증금을 돌려주지 못 할 경우 HUG 등 보증기관이 임차인에게 해당 금액을 지급해 준다.
다만 HUG의 개인임대사업자 임대보증금보증약관에는 '주 채무자나 보증채권자 또는 대리인이 사기 또는 허위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거나, 이를 근거로 보증을 신청한 경우 보증을 취소할 수 있으며 보증채무 이행을 신청한 경우 보증채무 이행을 거절한다'는 내용이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이 조항 때문에 부당하게 임대보증금을 못 받고 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에 공정위는 약관심사자문위원회의 자문 등을 거쳐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약관에 따르면 HUG의 보증 채무는 보증서 발급 시 유효하게 성립하며, 민간임대주택법령 규정에 따라 임대인에게 보증서 사본을 전달받는 임차인은 임대인이 사기 등 채무불이행 시 HUG로부터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는 합리적인 기대를 하게 된다.
그렇지만 문제의 조항에 따르면 임차인의 잘못이 아닌 임대인의 귀책 사유로 보증금을 받을 수 없다. 공정위는 이 부분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봤다.
아울러 이 조항은 보험계약자의 사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더라도 피보험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없다면 보험자가 보험금액을 지급하도록 한 상법 규정의 취지에도 반해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고, 사업자에게 법률상 부여되지 않은 해지권을 부여하는 조항으로도 볼 수 있다.
또 이 조항은 민간임대주택 제도 취지인 '국민의 주거 안정'에도 맞지 않아 계약에 따르는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에도 해당한다.
이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공정위는 HUG에 해당 약관 조항을 수정 및 삭제하라고 시정 권고했다.
공정위는 "HUG가 공정위의 시정 권고에 따라 불공정약관을 시정하면, 향후 임대인의 잘못으로 전세사기 피해를 본 선의의 임차인이 보증을 통해서도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8월 서울 민간 아파트의 3.3㎡ 기준 분양가격이 전월 대비 소폭 축소됐다. 서울 도심 아파트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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