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7, 8월 상황 안 좋아"...유가 하락·정제마진 악화 이중고
[뉴스핌=정경환 기자] 국내 정유사들의 올 3분기 실적 악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유가 하락에 정제마진 악화까지 더해지면서 상반기와 같은 호실적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의 올해 3분기 실적이 지난 2분기보다 부진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7월과 8월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정유사 관계자도 "2분기보다 안 좋은 건 사실"이라며 "어느 정유사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들 정유 4사는 지난 1, 2분기 모두 전년동기 대비 흑자 전환하며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나타낸 바 있다. 특히, 2분기에는 유가 안정세와 정제마진 강세에 힘입어 기대 이상의 호실적을 달성했다.
올 2분기 SK이노베이션이 역대 분기 사상 두 번째인 987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을 비롯해 GS칼텍스 6758억원, S-OIL 6130억원, 현대오일뱅크 225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와 관련, 당시 정유 4사 관계자들은 일제히 유가의 안정과 견고한 정제마진 덕에 양호한 실적을 이룰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시에 올 3분기까지 그 같은 호황이 이어질지는 우려가 컸다. 유가가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정제마진 또한 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 배럴당 60달러 대를 오르내리던 국제유가는 7월 들어 내리막을 타면서 8월에는 40달러 대로 떨어졌다. 특히,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지난달 25일 배럴당 38.24달러를 기록하며 40달러 대마저 무너졌다. 이후 지난달 28일 이후 3일간 국제유가가 30% 가까이 급등하면서 유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일기도 했으나, 이날 WTI 기준 7.7% 급락하며 일회성 변수에 그치는 모습이다.
최근 유가 급등과 관련,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현 수준이 유지되거나 더 오른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선 (유불리)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제마진은 상황이 더 안 좋다. 지난 5월과 6월 최고 10달러를 넘나들던 정제마진은 7월과 8월에는 5달러 안팎으로 반토막 났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으로 만들어 팔 때 붙는 이익으로, 정유사 수익성을 결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정유사들은 대개 배럴당 5달러 정도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유가보다는 정제마진 영향이 훨씬 큰데, (7~8월) 정제마진이 워낙 안 좋았다"고 언급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주요 정유사들의 올해 3분기 실적이 지난 2분기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상 SK이노베이션과 GS 그리고 S-OIL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각각 3903억원, 2249억원, 2289억원이다. 전년동기보다는 대폭 개선된 수치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상반기 정제마진 강세에 국내외 정유사들이 풀가동하면서 공급이 증가했으나, 중국을 비롯해 세계 경기 회복이 더뎌지면서 소비는 늘지 않았다"며 "소비가 제한적인 것이 무엇보다 큰 문제"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